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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핵폐기장 아니냐"… '첩첩산중' 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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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핵폐기장 아니냐"… '첩첩산중' 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입력
2024.10.30 16:06
수정
2024.10.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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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이면 포화상태 직면
지반 조사 반년만에 승인
郡 "시설 건립때 재검토"
환경단체도 긴급회의 착수
한수원 "우리 부지인데" 분통

한빛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빛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전남 영광군이 한빛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건립을 위한 지반 조사 신고를 승인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반감기가 10만 년에 달하는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시설이다. 군은 그동안 저장 시설 건립에 앞선 절차인 지반 조사 신고조차 거부해 왔으나, 6개월여 만에 이를 승인했다. 다만 저장시설 건립 신고 시 본격적으로 해당 사안을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영광군 등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한빛원전 부지 내 암반에 최대 깊이 180m 구멍 8개를 뚫고 총 24회에 걸쳐 수압 시험, 충격시험 등 지반 조사를 실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반암의 안전성을 평가,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건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수원이 임시 저장시설 건립에 나선 것은 원전 내 수조에 보관 중인 폐연료봉이 포화 상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빛원전 내 폐연료봉은 총 9,017다발을 보관할 수 있으나, 지난달 30일 기준 저장량이 7,418다발(82.3%)로 현 추세대로면 2030년이면 이 수조가 가득 찬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 4월 8일부터 임시 저장시설 건립을 위한 지반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하지만 군은 한수원이 요청한 지반 조사 신고를 수차례 반려해왔다.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이 핵폐기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세계 선진국을 포함해 핵폐기장이 건설된 국가는 핀란드 단 1곳에 불과하다. 한국도 1980년대부터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격리할 핵폐기장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40여년 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간 9차례 핵폐기장 건립 시도가 있었고, 모두 지자체에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다. 결국 현실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받겠다는 지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임시 저장시설의 운영 기간이 한없이 길어져 핵폐기장이나 다름없이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 영광군의 우려다.

그러나 한수원은 원전 부지 내 지반 조사는 법적으로 신고만 하면 하면 될 뿐 지자체가 허가할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반발했다. 군이 지반 조사 신고를 지속 반려하자, 지난 15일과 23일 민원조정위원회를 열어 반려 조치에 대해 항의했다. 민원조정위 중재에 따라 군은 임시 저장시설 운영 기한 설정,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 및 설명회 개최, 안전 협의체 구성 등을 전제로 지난 24일 신고를 승인했다. 앞서 한수원은 임시 저장시설 건립을 위한 실시 설계 용역에도 착수했고, 지반 조사 내용을 토대로 내년 4월쯤 임시 저장시설의 규모와 용량 등을 확정, 시설 공사에 나설 계획이다. 군은 건축물 건립 신고 접수 시 한수원이 밝힌 안전 대책을 근거로 본격적으로 적절성 여부를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단체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공동행동은 31일 긴급 간담회를 갖고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건립을 저지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수만 년 이상 세상과 격리해야 하는 핵폐기장과 임시 저장시설의 규모와 안전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핵폐기장 건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대책이 아무것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 저장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심각한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임시 저장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내 집의 화단을 꾸미는 데 옆집 아저씨가 공사를 하지 말라고 반대하는 격"이라며 "법적 규제 테두리 내에서 원전을 좀 더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임시 저장시설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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