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울산 효문동에 나타나
품에서 꺼낸 수표 전달하고 사라져
"비워내는 삶 실천"
매년 11월 울산 효문동을 찾아 익명으로 기부금을 전달해온 ‘11월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나타났다. 지난 2013년부터 12년째 선행이다.
7일 울산 북구 효문동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0시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점퍼 차림의 한 남성이 행정복지센터 후문으로 들어와 복지팀장을 찾았다. 그는 밖으로 복지팀장을 불러낸 뒤 자신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고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전달했다. 수표에는 2,00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기부자는 “올해는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며 “좋은 곳에 써 달라”고 말했다.
그가 해마다 찾아오는 익명의 기부자임을 알아차린 복지팀장이 차를 대접하려 하자 그는 “부끄럽다. 괜찮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실랑이 아닌 실랑이 끝에 팀장의 손에 이끌려 상담실로 들어온 기부자는 “기부금을 어떻게 쓰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좋은 곳에 쓰일 걸 알고 있다”며 “필요한 곳에 써 달라”고 답했다. 이어 “풍족한 삶보다 비워내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효문동 기부천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기부를 위해 매월 적금을 붓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1,000만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2,000만 원을 전달하는 등 지금까지 기부액은 1억 원이 넘는다. 행정복지센터는 해당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하고, 효문동 취약계층 생계비와 의료비 등으로 쓸 계획이다. 손낙균 효문동 행정복지센터 동장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기부자의 꾸준한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추운 겨울을 앞둔 취약계층이 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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