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베끼고 문제 삼자 거래 끊어
공정위, 법인·대표이사 검찰 고발
하이에어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조선 기자재 제조업체 하이에어코리아가 하도급 업체의 제품을 베껴놓곤 이를 신고하자 보복까지 감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술유용 행위 관련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법인과 대표이사는 검찰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에어코리아의 기술유용과 보복조치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억4,800만 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선박용 에어컨·댐퍼 등 공기정화·조절 장비를 국내외 대형 조선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자로 국내시장의 98%, 세계시장의 4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이에어코리아는 2020년 선내에 수분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장비인 '웨더 타이트 댐퍼'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중소 수급사업자 A사의 도면을 사용해 유사한 제품을 자체 개발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A사와 2015년부터 하도급거래를 이어왔다.
웨더 타이트 댐퍼 개발 관련 하이에어코리아 내부 기안문. 하도급업체 기술유용을 '타사 벤치마킹'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A사는 2022년 하이에어코리아 생산공장에서 자사 기술로 해당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 기술유용과 발주 가로채기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A사가 공정위에 신고하자, 같은 해 12월 하이에어코리아는 자사·계열사와 A사 간의 거래를 단절하며 보복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거래를 끊은 뒤 A사가 납품하던 케미컬 필터가 필요해지자, 지난해 2월 A사의 관련 도면을 그 경쟁업체에 주고 같은 제품을 만들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이외 하도급거래 계약서 71건과 기술자료 요구 관련 법정 서면 24건을 교부하지 않는가 하면, 기술자료 수령 시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등 위반사항도 적발됐다.
하이에어코리아에 부과된 과징금은 기술유용 관련 사건으론 사상 최고 액수다. 이전까진 2022년 LS엠트론이 하도급 업체 기술을 유용해 특허까지 출원한 사건으로 과징금 13억8,600만 원을 부과받은 것이 최대였다. 아울러 관련 규정 도입 후 하도급법상 보복조치 금지로 제재된 것은 두 번째, 기술자료 수령 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행위에선 최초 적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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