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청, 특수교사와 학교 측 요청 거절
법정 기준 2명 초과한 8명 과밀학급임에도
'법정 3명 초과' 임의적 기준 내세워 거부해
배정가능 교사 210명 중 절반가량 미배치
인천시교육청 특별감사 대상에도 오를 듯
인천 초등학교에서 과밀학급을 맡았던 특수교사가 지난달 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고인이 생전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관할 교육청에 기간제 교사 배정을 요청했지만 교육청은 학급 학생 수가 법정 기준보다 3명 이상 많은 학교에만 배정할 수 있다는 자의적 기준을 들어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인 담임반의 초과 인원은 2명이었다. 특수교육계는 교육청이 기간제 교사를 배치할 여력이 있었음에도 법적 근거도 없는 기준을 내세운 '탁상 행정'으로 인력 지원이 절실한 학교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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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고인과 소속 A초등학교는 올해 여러 차례 시교육청에 기간제 특수교사 배치를 요청했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고인은 중증장애 학생 4명을 포함한 특수학생 8명이 소속된 학급의 담임을 맡고 있었다. 전국특수교사노조가 최근 공개한 올해 6월 25일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고인은 지인에게 '진짜 죽어버릴 것 같다', '기간제 (교사)도 안 준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본보가 기간제 교사를 A교에 배정하지 않은 이유를 질의하자, 시교육청 관계자는 "(소관 부서가) 법정 기준보다 학생 수가 3명 이상 많은 학급에만 기간제 교사 배치를 해준다는 자체 기준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수교육법상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학급당 정원은 유치원 4명, 초등학교 6명, 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이다. 고인이 맡았던 반은 학생 수가 8명으로 법정 기준을 2명 초과한 과밀학급이었지만, 교육청은 자체 기준인 9명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 배치를 해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교육부에 확인한 결과, 교육부는 2024학년도 인천시교육청에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특수교사' 210명을 배정했다. 정원 외 기간제 교사제는 현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교사를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전국 17개 교육청별로 기간제 교사 인력풀을 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고인 사망 시점까지 배정받은 기간제 교사 210명 중 115명(54.7%)만 현장에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 측은 "관내 과밀학급이 많아 (학교마다) 달라는 대로 기간제 교사를 다 배치할 수 없어 (초등학교는 법정 기준을 3명 초과한) 9명이 되면 배치한 것"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가용 인원의 절반에 가까운 95명의 기간제 교사를 남겨두고도, 임의적이고 경직된 배정 기준 뒤에서 현장의 어려움을 방기했고 결과적으로 비극적 결과까지 초래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특수교육계는 "이해할 수 없는 탁상행정이자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고 시교육청을 비판했다. 정원화 특수교사노조 대변인은 "법령 기준은 특수교육법상 학급당 학생 수와 그 시행령상 교사 1인당 학생 4명(교원 배치기준)뿐"이라며 "시교육청의 기간제 특수교사 배정 기준은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일방적 기준"이라고 했다. 인천 관내 과밀 특수학급은 197개로, 모든 곳에 기간제 교사를 배치했어도 13명이 남는 상황이었다는 것.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1학기부터 학급당 학생 수가 1명이라도 초과하는 초등학교·중학교 과밀 특수학급에 기간제 교사를 추가 투입하는 '1교실 2교사' 제도에 시동을 건 것과도 극명히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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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은 특수교사 사망과 관련해 특별감사 착수 계획을 최근 밝혔다. 감사 대상에는 자의적 기간제 교사 배치 기준을 세워 A교의 지원 요청을 불승인한 소관 부서의 업무 적절성도 포함된다고 시교육청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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