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물 관리 업무 맡게 되자 범행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현금 수억 원을 빼돌려 선물투자까지 한 현직 경찰관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최순호)는 11일 강남경찰서 소속 정모 경사를 업무상 횡령, 야간방실침입절도, 절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정 경사는 강남경찰서 압수물 창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3억 원을 20차례에 걸쳐 횡령하거나 절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올해 6~7월 압수물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보관창고에 있던 현금 7,500만 원을 8차례에 걸쳐 빼돌려 선물투자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부서로 전보된 7~10월에는 후임자에게 "찾아야 할 물건이 있다"며 보관창고에서 몰래 현금을 빼가는 등 12회에 걸쳐 현금 2억2,500만 원을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
정 경사는 수사 과정에서 일부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압수물 관리 담당자였던 것은 맞지만, 실제 업무는 전임자가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업무상 책임을 떠넘겨, 업무상 횡령 대신 보다 형이 가벼운 절도 혐의로 처벌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업무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절도죄는 6년 이하 징역에 비해 무겁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정 경사가 압수물 관리 담당자로서 알게 된 보관창고 비밀번호, 금고 열쇠 등 범행에 이용된 증거를 확보한 뒤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바쁜 경찰 업무의 특성상, 압수물 관리 업무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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