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원은 즉시 소각…7조 원은 활용 방안 논의
시총 3%에 달하는 규모…"본원 경쟁력 회복 필요" 지적도
삼성전자가 최근 가파르게 떨어진 주가를 띄우려고 10조 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재계는 이 회사가 7년 만에 또다시 꺼낸 카드가 성공할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가 방어 의지를 공식화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여야 상승세를 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15일 자사주 매입 결정이 공시된 10분 뒤인 오후 6시 시간외 거래에서 종가보다 3.17% 오른 5만5,200원을 기록했다. 전날 종가 4만9,900원보다는 10.6% 오른 것.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5시 50분 자사주 10조 원 매입 계획을 공시한 데 이어 6시 14분 우선 3조 원어치 자사주를 3개월 안에 사들여 전량 소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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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올해 초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검토한 다양한 밸류업 방안 중 하나였다가 최근 주가가 급락하며 시기와 규모 등을 구체화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종희, 전영현 부회장 등 삼성전자 임원 60명이 올해 자사주 23만2,386주, 금액으로 157억7,705만 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방어 의지를 보였지만 3분기(7~9월) 어닝쇼크(실적 급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반도체 업황이 불투명해지면서 주가는 8월 14일 7만7,200원에서 석 달 만에 36%가량 하락했다. 자사주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은 현금성 자산(3분기 말 기준 103조776억 원)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버넌스포럼 "매년 10조 원어치 매입소각해야"
자사주 매각 발표에 일부 주주들은 "너무 늦었다"며 삼성전자 이사회가 밸류업을 위한 추가 방안을 논의하라고 압박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을 내고 "자사주 매입 규모는 그동안 주가 하락 및 시총, 현금 보유 및 현금 창출 능력 대비 너무 작다"며 "(시총의 3, 4%의 자사주를 매년 매입·소각하는) 애플과 같이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15일 종가 기준(시총 357조 원)으로 해마다 10조 원어치 자사주를 사라는 뜻이다. 특히 이사회가 나머지 7조 원어치 자사주의 활용 방안과 시기를 밝히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등)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에 관한 거의 모든 문제가 얽혀 있다. 10조 원 자사주를 올해 안에 전액 매입 소각하라"고 요청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삼성 위기론이 나오는 이때 현금성 자산 10조 원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시설 투자에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자사주 3조 원은 우선 소각하되 7조 원의 "활용 방안, 시기 등은 향후에 논의한다"고 결정했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면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M&A에 쓰거나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을 주는 형태로 뛰어난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지 않게 할 수 있다. 다만 거버넌스포럼의 지적처럼 지배주주와 우호적 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총수 경영권 방어에 쓰일 수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꾸준히 지적돼왔다.
삼성전자는 2015년과 2017년 각각 11조4,000억 원, 9조3,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 소각·계획을 내놓았다. 처음 자사주 매입 계획이 나온 2015년 10월 말부터 매입·소각이 완료된 2018년 11월 말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52.5% 올랐다.
다만 주주환원 카드가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15일 미국 3대 주가지수가 모두 급락해 자사주 매입 발표 직후인 18일 증시에서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주가 방어 의지를 보였지만 업황의 펀더멘털이 바뀐 건 아니다"라며 "전영현 부회장이 최근 반성문에 쓴 기술과 품질의 본원적 경쟁력 회복이 삼성전자 주가를 올리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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