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매체와 인터뷰서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
외교 기조 "한미 동맹 기본 축, 중국과는 소통하고 발전"
중국과 관계 강화 분위기 반영된 듯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리마 델피네스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리마=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임 이후 줄곧 한미동맹의 가치와 자유진영 국가들의 연대에 치중해온 윤 대통령이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건 이례적이다. 동맹 미국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반면, 이웃국가 중국은 내년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관계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을 맞아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우 글로부', '폴랴 지 상파울루'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중관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우선이고 중국은 협력의 대상이라는 점을 전제로 했지만, 미국 일변도이던 이전과 비교하면 무게 중심이 미중 사이의 접점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옮겨졌다.
트럼프 재집권, 북러 군사 밀착 등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정부의 '유연한 대응' 기조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동맹국을 향한 트럼프 2기 정부의 압박 수위에 따라 윤석열 정부도 궁지에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기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못지않게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앞서 15일 페루에서 시 주석과 만나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관계 복원에 속도를 냈다. 회담 직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중관계와 한미관계를 무조건 갈등과 충돌의 그런 방정식으로 얘기할 게 아니다"라며 "한미 간 기술 보호나 반도체 협력이 한국의 기업에 이익이 되고 또 한중관계에도 함께 도움이 되면 좋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도 "국제사회에서 협력과 경쟁은 병존할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쟁과 협력이 국제 규범과 규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정당하고 호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이 한국 외교의 최우선 가치라는 기조는 변함없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저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동맹의 일원으로 양국 국민을 위해서는 물론, 글로벌 차원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아울러 "안보뿐 아니라 경제, 공급망, 첨단기술, 에너지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을 심화해 인태지역과 국제사회의 번영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계속 중국을 중시해 왔고, 한미동맹의 완전복원과 한미일 협력 강화가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도 힘을 기울이려는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북러 양측의 노골적인 상호 군사지원을 재차 강력 비판했다. ‘적반하장’이라는 표현을 인용한 윤 대통령은 "러시아-북한 밀착의 대가로 군사기술의 고도화를 도모하고, 러시아를 뒷배 삼아 더욱 강도 높은 도발을 할 것"이라며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가 이행되도록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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