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고의 지연 의혹과 관련해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 4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문 정부 출신 인사들이 "근거 없는 정치 보복"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통계 조작 사건 등 문 정부 정책 결정 사안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패턴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또 기승전 검찰"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 고의 지연 의혹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끝없이 반복된, 근거 없는 정치 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매번 등장하는 것이 검찰, 국정원, 감사원 등이었지만 이번에는 심지어 억지 중에서도 역대급 억지"라며 "문재인 정부는 단언컨대 결단코 사드 배치를 의도적으로 지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청구로 지난해 10월부터 공익감사를 진행해왔다. 외부위원이 포함된 위원회에서 감사 개시를 결정하는 국민감사와 달리 공익감사는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사무처가 결정한다는 점에서 감사원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사드 배치 결정 당시 문 정부 출신 인사들은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을 외면하고 윤석열 정부의 돌격대가 된 것 같다"고 반발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협의회 구성 지연이나 전자파·저주파 소음 등 측정 결과에 대한 공개 기피 등 주된 감사 대상이 아닌 중국 정부와 시민단체에 사드 기지 내 노후 미사일 등 장비 교체라는 기밀을 유출한 혐의(직권남용 등)를 별도로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불만의 강도는 상당하다. 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궁지에 몰리니까 감사하고 수사를 의뢰하는 패턴이 똑같다"며 "말도 안 되는 정치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외교적 판단에 법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번 수사 요청 대상은 정 전 실장을 비롯해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이기헌 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시민참여비서관)인데 이들은 모두 당시 사드 배치 결정에 관여한 인사들이다.
외교부 1차관을 지냈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사드 배치가 철회된 적이 없고, 문재인 정부 기간에 사드 배치로 한미 간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다"며 "고도의 외교정책 사안인데 검찰 수사를 한다는 것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국방부가 당시 언론에 장비 교체 사실을 중국에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등 이미 공표됐던 사실에 근거해 수사 요청을 했다는 점에서 "전임 정부를 표적 삼은 정략적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위는 이에 더해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도 시사했다. 김영진 위원장은 "검찰에 고발된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며 "사실에 맞지 않는 정치 감사와 고발이었다면 그에 따른 합당한 법적, 정치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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