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 시달리는 '학폭 심의' 담당자들]
1, 2년차 장학사·주무관에 주로 업무 배정
최근 3년간 9명 내부 감사 받고 3명 징계
"심의 기준 구체화 등 업무 부담 완화해야"
교육청·교육지원청 직원들 사이에선 학교폭력(학폭) 심의 업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수시로 악성 민원에 시달려야 해 다른 분야보다 업무 강도가 강한 데다, 징계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선 학폭 심의 절차 기준을 구체화해 담당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폭 업무 미숙해 징계까지... 담당자 무력감 심화
20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교육청·교육지원청에서 학폭 심의가 기피 업무로 전락하면서 주로 1, 2년 차 장학사·주무관 등 저연차 직원에게 배정되고 있다. 업무 처리가 익숙지 않다 보니 감사를 받는 일도 생긴다. 강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폭 심의 담당자가 교육청 내부 감사를 받은 사례는 초·중·고별로 3건씩이었다. 실제 징계를 받은 사례도 초등학교 1건, 중학교 2건으로 전체 3건이었는데, 일부는 담당자의 업무 미숙이 징계 사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징계 사례가 쌓이면서 학폭 업무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이로 인해 업무 배정을 마다하기 힘든 저연차 장학사·주무관에게 학폭 업무가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현장에선 담당자들의 무력감이 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학사 A씨는 "학폭이 워낙 예민한 사안이다 보니 주요 사건이 터지면 그에 맞춰 매뉴얼이 수시로 바뀐다"며 "좀처럼 숙련되기 힘들어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장학사 B씨는 "야간·주말 업무를 통해서라도 심의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데, 그만큼 개인의 정신적·신체적 소모가 크다"고 말했다.
법 개정 통한 기준 구체화, 정신적 피해 지원 필요
상황을 개선하려면 관련법인 학교폭력예방법이 전면 개정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강 의원은 "현행법으론 학교폭력의 정의가 너무 넓게 해석돼 모든 피해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라며 "작은 갈등도 징계 절차로 쉽게 이어지는 어려움이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모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학폭 업무를 맡았던 장학사 C씨 역시 "업무 과중 자체보다는 업무 적체로 인해 교육지원청이 기관 본연의 역할을 하기 힘들어진다는 게 문제"라며 "학교에 자체 해결 권한을 확대하거나, 학폭 심의 절차 이행 기준을 구체화하는 등 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폭 업무 담당자의 정신적 피해 지원책도 필요하다. B씨는 "민원 업무 담당자에 대한 트라우마 관련 상담 지원이나 연수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업무 담당자의 정신적 피해 예방 시스템을 마련하고 정신과 치료에 대한 교육청·교육부 차원의 예산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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