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서울대 지망생 등 최상위권이 복수 지원
업계 "정시 이월 땐 메가 의대 하나 생기는 셈"
교육계 "통째 이월 불가능"... 정부도 부정적
일각선 재시험 주장... 현실적 난관 적지 않아
대입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문제 유출로 법원의 전형절차 중단 결정을 받은 연세대가 수험생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라며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다음 달 26일까지 어떤 선택을 할지를 두고 수험생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입시업계에선 연세대가 해당 전형의 모집인원을 전부 정시모집으로 이월할 경우 의대를 포함한 자연계 최상위권 입시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대학과 수험생들의 법적 다툼이 계속되는 가운데 법원이 기존 결정을 뒤집을지, 그 결정이 수시모집 절차가 끝나기 전에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전형 중단 결정이 유지된 채 정시모집 국면으로 전환할 경우 대학이 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 터라 입시 혼란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는 전날 서울서부지법이 논술시험 효력정지 결정에 대한 대학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자 즉시 항고했다. 항고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된다. 연세대는 항고심과 본안 소송(논술 무효 확인) 1심 판결을 다음 달 13일 수시 최초 합격자 발표 전까지 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연세대에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를 끝으로 수시모집이 마감되는 다음 달 26일까지 입시 혼란 방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 이후에는 수시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없는 상황이니 그때까지는 대안을 마련해 실행까지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해당 전형의 행로는 법원 결정 여하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뉠 전망이다. 항고심에서 전형 중단 결정이 뒤집힌다면 연세대는 합격자 발표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학 측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항고심에서 원래 결정을 유지하거나 수시 절차 마감일을 넘겨 결정을 낸다면, 입시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입시업계는 특히 연세대의 자연계열 논술전형 모집인원(261명)이 정시로 고스란히 이월된다면 올해 입시에 메가톤급 파장을 부를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날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전형(259명 모집)은 추가 합격자가 모집인원보다 많은 312명, 추가합격 비율이 120.5%로 집계됐다. 최초 합격자 100%가 등록하지 않았고 추가 합격생도 20%가량이 미등록한 셈이다. 서울대 이공계나 지방 의대 등 의학계열에 중복 합격한 지원자들이 빠져나간 결과로 분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학계열에 진입할 실력이 있는 학생들이 지원하는 수시전형이 이월돼 정시 선발인원이 261명 늘어나면, 사실상 '메가 의대' 하나가 정시에 만들어지는 셈"이라며 "전체 입시판에 중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임 대표는 주요 상위권 대학 이공계 입시도 연쇄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연세대 상황에 따라 배치표(입시업계가 전망한 대학 학과별 합격선)를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계에선 해당 전형 모집인원을 통째로 정시로 이월하는 건 사실상 어려울 걸로 내다봤다. 원칙상 정시 이월은 수시 합격자 선발에서 결원이 발생했을 때 취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연세대와 교육부 모두가 정시 이월 방안에 부정적이기도 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집요강에 있는 전형을 하루아침에 없던 걸로 만들어 지원자들의 기회를 박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부에선 빠른 시일 내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 출제와 채점 등 소요 시간을 감안해 늦어도 12월 초에는 재시험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구체적 제안도 나온다. 다만 연세대는 시험 부정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본안 소송에서 가려지기 전에 섣불리 재시험을 시행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과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 측 모두 조속한 결론을 법원에 촉구하고 있어 수시 절차가 마감되기 전에 본안 소송 1심 판결까지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그렇더라도 재시험 시행은 또 다른 소송을 부를 가능성이 있고 수험생들의 복잡한 입시 일정을 맞춰야 하는 터라 선택하기가 녹록지 않은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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