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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입단 연령 제한 검토…K바둑계에 부는 ‘체질 개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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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프로 입단 연령 제한 검토…K바둑계에 부는 ‘체질 개선’ 바람

입력
2024.11.22 04:30
수정
2024.11.22 11:4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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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부문 제외한 연구생과 영재, 일반 연령↓
초등 졸업 시점인 12세 이후 프로 입문 불가
조기 영재 발굴 및 육성 강화…국제 경쟁력↑
바둑계 내부에선 긍정과 부정 엇갈린 시각도

지난 2012년 7월,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렸던 ‘제1회 영재 입단대회’에 참가했던 어린 프로바둑 기사 지망생들이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 2012년 7월,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렸던 ‘제1회 영재 입단대회’에 참가했던 어린 프로바둑 기사 지망생들이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국내 프로바둑계에 전례 없던 체질 개선 바람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체계적인 조기 영재 발굴과 연간 육성 프로젝트 가동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면서다. 이에 따라 K프로 반상(盤上)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21일 바둑계에 따르면 한국기원은 K현대바둑 80주년인 내년부터 프로 입단 응시 연령을 하향 조정하겠단 방침 아래, 세부적인 시행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현재 △연구생 △영재 △여자 △일반 응시 부문에서 각각 다르게 적용됐던 프로 입단 연령 제한선을 여자 분야만 제외하고 초등학교 졸업 시점(12세)으로 모두 통일시키겠단 내용이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2025년부턴 12세 이전, 입단에 실패할 경우엔 프로바둑 입문 기회는 사라진다.

이런 기류 형성은 최근 침체된 국내 프로 바둑계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당장, 지난 11일부터 벌어진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3억 원) 4강 대진표에서조차 주최국인 한국 선수들은 모두 제외된 마당에 중국 기사들만 자리했다. 안방에서 열렸던 올해 마지막 세계 메이저 기전 우승컵이 라이벌인 중국에 일찌감치 넘어간 셈이다. 프로 입단 응시 연령 하향 조정과 더불어 소위 ‘될성부른 떡잎’ 중심의 프로 바둑 생태계를 재구축, 국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단 목소리에 힘이 실린 배경이다.

그동안 바둑계 내에서 꾸준하게 제기됐던 효과적인 엘리트 인재 육성 시스템 설계를 더 이상 미룰 순 없단 위기 의식도 프로 입단 문턱에 메스가 가해진 이유로 풀이된다. 국제 무대 성적을 기대하긴 버거운 늦깎이 프로 지원보단 유소년 시기부터 특출난 영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도 현실적이란 판단에서다.

기원에선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대책도 구상 중이다. 이 중엔 현재 ‘부라보콘배’와 ‘청호나이스배’, ‘일요신문배’(대한바둑협회 주관) 이외의 유소년 프로 기사들만을 위한 별도 연중 기전 신설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기원에선 필요하다면 대바협과 긴밀한 협조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중견 프로바둑 기사는 “이젠 스포츠 분야로 편입된 바둑에서도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국제 경쟁력은 필수이다”라며 “세계 대회에서 변방으로 전락한다면 팬들로부터 외면 받고 바둑의 대중화 또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바둑계 내부에선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국내 최대 프로기전인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활동했던 한 프로바둑 기사는 “입단 대회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프로 입문을 꿈꾸는 많은 아마추어들의 입장도 충분히 고민돼야 한다”며 프로 입단 연령 기준의 하향 조정으로 불거질 형평성 논란을 염려했다. 반면, 영재 바둑대회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 또 다른 프로바둑 기사는 “뿌리부터 단단한 체계가 갖춰진다면 K바둑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연간 단위의 유소년 프로바둑 대회 신설 소식은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기원 소속(21일 기준)의 국내 현역 프로바둑 기사는 총 436명(남자 350명, 여자 86명)이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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