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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세계적 수준의 벤처·창업의 요충지로 성장시킬 것"

입력
2024.12.05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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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공공투자기관 대전투자금융(주) 설립
6대 전략산업 등 딥테크 분야 집중 투자
설립 초 대전 본사·연구소 둔 창업기업 대상
스케일업 기업도 투자... 향후 범충청권 확대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달 2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수도권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공공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 최초 공공투자기관인 대전투자금융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대전시 제공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달 2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수도권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공공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 최초 공공투자기관인 대전투자금융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대전시 제공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중은 대한민국의 고질적 문제다. 수도권의 면적은 국토의 11%에 불과하지만 인구와 일자리는 비수도권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지방 벤처기업들의 투자유치 환경도 그만큼 열악하다. 수도권의 벤처투자 금액은 지방의 4배에 달하고, 민간 벤처투자회사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도 투자유치를 못해 사라지는 지방의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같은 문제를 인식, 전국 최초로 지방정부에서 직접 출연한 공공투자기관인 '대전투자금융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대전투자금융 출범식이 열리는 오는 10일 대전에서는 '지역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투자중심 기술금융 리더'를 주제로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미지답)' 포럼도 개최된다. 이 시장은 "투자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인식이 강해 투자자들이 지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전에는 전국 어느 곳보다 우수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대전시청 내 집무실에서 이 시장을 만나 대전투자금융 설립 배경과 운영 방안, 향후 역할 등에 대해 물었다.

-공공투자기관인 대전투자금융이 공식 출범한다. 어떤 기관인가.

"대전시가 500억 원의 자본금을 100% 출자해 지방정부 최초로 설립한 주식회사 형태의 신기술사업금융회사다. 일류 경제도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민선 8기 핵심 공약사업으로, 우리 스스로 지역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그리고 지방 벤처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와 모멘텀이 필요해 설립했다. 수도권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 지역에 기반한 투자은행 부재 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공공부문에서 마중물 역할을 할 새로운 투자금융 설립에 도전한 것이다."

-수도권 벤처투자 집중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직접 투자기관까지 만들었나.

"창업·벤처기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이다. 하지만 벤처투자 금액은 수도권이 압도하는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벤처투자 금액은 수도권에 80%가 집중됐고 비수도권은 20%에 불과하다. 창업투자회사 등 민간 벤처투자회사의 91%, 창업기획자의 68%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의 유망 벤처기업은 투자기회에서 소외되고, 이런 악순환과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지방에서 벤처투자가 가장 활발한 대전의 지난 3년간 벤처투자는 269개 기업에 1조1,445억 원인데, 같은 기간 서울은 2,939개 기업에 10조6,263억 원이다. 투자기업, 투자액 모두 서울의 1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현실 탓에 대전의 일부 우수한 벤처기업들은 자금 적기 조달을 위해 수도권을 찾거나, 아예 소재지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있다."

-대전투자금융은 어떻게 운영되나.

"과학수도, 과학기술 요람 대전에서 탄생하는 우수한 과학기술 성과물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벤처의 창업과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시장의 과감하고 모험적인 투자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다. 특히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 대전시의 6대 전략산업인 항공·바이오·반도체·국방·양자·로봇 등 딥테크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본계정 투자와 모펀드 조성 등을 통해 그동안 지역 내에 부족했던 장기적, 안정적 벤처투자 공급을 확실히 충족시킬 것이다. 초기에는 대전에 본사나 연구소를 둔 창업기업, 스케일업 단계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향후 점진적으로 범충청권까지 투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운영 인력은 민간 분야의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대표이사 등 10여 명 정도로 구성하고, 투자 효율성과 심사 전문성을 강화하겠다."

-전국 최초 사례다 보니 중앙부처 설득 등 설립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대전투자금융은 시가 100% 자본금을 출자한 기관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행정안전부의 사전 타당성 검토와 협의를 거쳐야 했다.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보니 행정안전부의 동의라는 큰 산을 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2022년 8월부터 행안부와 출자기관 사전협의를 진행했는데 선행 사례가 없고, 투자 전문성 확보 및 리스크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처음에는 부정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설립 타당성 조사와 설립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치밀한 논리를 준비하고,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시대에 걸맞은 전국적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해 결국 행안부가 수긍했다. 대전시 주도로 지역 창업과 벤처금융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달 2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대덕특구와 카이스트 등이 있는 대전은 연구개발 인프라를 통한 첨단기술에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시 제공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달 2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대덕특구와 카이스트 등이 있는 대전은 연구개발 인프라를 통한 첨단기술에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시 제공

-대전은 그만큼 벤처창업·성장에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하는 것인가.

"그렇다. 대전은 세계지식재산기구 주관 2024년 세계혁신지수 과학기술집약도 평가에서 세계 7위, 아시아 1위에 오른 도시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핵심인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카이스트 등 연구개발(R&D) 인프라에 기반한 첨단기술에 강점이 있다. 바이오산업의 경우 300여 개의 기업이 대전에 밀집해 있는데 10년 안에 바이오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에는 첨단기술 기반 창업을 통해 성장한 지역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등에서 활발하게 기업공개(IPO)를 하고 있다. 현재 62개사에 시가총액이 57조 원 규모인데, 민선 8기 들어서만 14개 기업이 증가했다. 연내 2개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지역의 벤처산업에 특화된 투자 전략이 필요한데, 여기에 대전투자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전국 첫 시도라 롤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수도권 일극 경제체제를 깨뜨려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대전투자금융을 탄생시킨 밑바탕이다. 최고의 전문성과 포용성을 갖춘 대전투자금융을 통해 앞으로 지역 내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다. 특히 개방적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면서 반드시 전국적 성공 사례를 만들도록 하겠다. 다만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공투자기관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앙정부를 비롯해 지역 내 다양한 혁신 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전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수준의 벤처·창업의 요충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을 당부드린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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