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와 가족 등 약 1,000명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5·18 유공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이 인정된 후 최다 인원이 참여한 이번 소송에서 인정된 위자료 산정 기준은 향후 소송에도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모씨 등 85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8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대법원은 박모씨 등 106명, 경모씨 등 30명이 같은 취지로 낸 소송도 같은 날 함께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어 계속 심리하지 않고 판결을 확정하는 절차다.
앞서 2021년 5월 헌법재판소는 5·18보상법(5·18 관련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과 보상을 규정한 법) 16조 2항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문제의 조항은 5·18 피해자가 국가 보상금 지급에 동의했다면 민사소송법상 확정 판결과 같은 ‘재판상 화해’ 효력이 생긴다고 했는데, 이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피해 배상(위자료) 등 추가 요구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헌재는 이 조항이 국민의 배상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이미 지급된 보상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결정을 토대로 5·18구속부상자회 등 5·18 유공자와 그 가족 등 1,032명은 그해 11월 국가를 상대로 총 1,192억 원대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 세 건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5·18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사건은 모두 민사합의46부에 배당됐다.
2년 뒤 재판부는 "국가는 약 477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연행·구금·수형 피해는 구금 일수 하루당 30만 원, 장해 없는 상이와 사망엔 각각 500만 원, 4억 원을 산정했다. 장해는 가장 낮은 등급의 위자료(3,000만 원)를 기준으로, 노동능력 상실률에 따라 가산했다.
국가와 일부 원고 불복으로 열린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 일부 원고는 구금 일수와 장해등급이 조정되면서 위자료가 다소 증액됐다. 연이은 패소에도 국가는 "액수가 과다하다"며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기각했다.
이번 확정 판결로 그간 '고무줄 위자료'라는 빈축을 샀던 5·18 소송에 일정한 기준이 정립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광주지법은 '타 법원에 비해 5·18 피해자에게 인정하는 위자료 수준이 낮다'는 지적을 받은 후, 위자료를 상향 조정한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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