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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령자 몰랐던 기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처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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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령자 몰랐던 기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처벌 불가"

입력
2024.12.02 13:04
수정
2024.12.02 14: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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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미수범' 처벌 규정 없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박시몬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박시몬 기자

재선 출마를 앞둔 구청장의 선거사무실 보증금과 월세를 대납한 전직 공무원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수수 당사자가 '편법 기부' 사실을 몰랐다면, 금품을 준 사람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를 완료했다고 볼 수 없고,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도 없다고 판단한 원심엔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약 30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5년 6월 퇴직한 A씨는 이듬해부터 당시 현직 구청장이었던 이흥수 전 인천동구청장 재선을 위한 지지 모임을 조직해 활동했다. 2017년 10월 7회 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전 동구청장 선거사무실로 사용할 건물을 직접 물색하기도 했다.

문제는 사무실 계약 과정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 전 구청장 명의로 계약서를 쓴 뒤 보증금 800만 원을 포함해 이듬해 4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월세, 관리비 등을 자신의 사재 총 1,400여만 원을 들여 임대인에게 송금했다. 정치자금법상 후원금 기부는 등록된 후원회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검찰은 A씨가 사무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납부한 사실 등을 이 전 구청장이 알면서도 묵인하는 '꼼수'를 써서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또 A씨 역시 법령상 정해지지 않은 방법으로 이 전 구청장에게 상당한 재산상 이익을 기부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전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계약서에 찍힌 도장조차 이 전 구청장이 평소 사용하던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도 참작됐다. 항소심도 같은 이유로 이 전 구청장에 대한 검찰 항소를 기각했고, 그대로 무죄가 확정됐다.

A씨에 대해선 1·2심 결론이 엇갈렸다. 1심은 그의 혐의를 모두 사실로 인정하고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그러나 이 전 구청장이 '기부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A씨 행위는 미수에 그친 것으로 봐야 하고, 정치자금법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다는 법리적 이유를 근거로 무죄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대향범(대립된 행위를 통해 공동목표를 실현하는 범행의 상대방)인 이 전 구청장이 '제공받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고, 그렇다면 A씨가 '제공하는 행위'를 완료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A씨가 정치자금을 기부하려고 한 사실만 가지고는 처벌할 수 없다"고 짚었다.

대법원도 항소심 논리를 수긍하고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이 전 구청장은 7회 전국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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