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원서 이겨도 실효성 없어"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출을 금지해달라고 한국 시민들이 한국 법원에 청구한 소송이 최종 기각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부산·김해시민 16명이 도쿄전력을 상대로 제기한 일본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금지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은 2021년 4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폐기물 투기에 따른 해양오염문제를 방지하고자 체결된 1996년 '런던의정서', 원자력 시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다루는 1997년 '비엔나 공동협약' 등을 근거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흘려보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국내 법원이 일본 소재 전력회사에 대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로 좁혀졌다. 민사소송법상 법인이 당사자인 민사소송의 경우 피고의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가 있는 지역 법원이 재판을 맡되, 부동산에 관한 소송은 해당 부동산이 있는 곳의 법원에서 재판하는 게 가능하다. 도쿄전력은 국내에 집행 가능한 재산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출로 배타적 경제수역과 관련한 한국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것이고 △원고들이 일본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국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건을 접수한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전력이 자신들 행위로 인한 국제 분쟁이 발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1심 법원은 각하로 결론 냈다.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끝낸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이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일본 법원의 승인 판결이 있어야 집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어서 국내 법원 판결에 의한 실효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원고들 주장대로라면, 법원의 국제재판 관할을 무제한으로 확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법원과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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