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 우루과이 마리화나 실험- 1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이라 불리는 우루과이 좌익 게릴라 출신 전 대통령 호세 무히카(Jose Mujica, 1935~)가 2012년 6월 오락용 마리화나 합법화 방침을 발표했다. 무히카는 여론 수렴과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의회를 통과한 정부 법안에 2013년 12월 10일 서명했다. 국가 차원의 마리화나 합법화라는 세계 최초의 도전적 실험은 준비-유예기간을 거쳐 2017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70년대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 즉 미국이 주도하고 유엔에 가세한 마약 밀무역-조직범죄와의 장기전에도 불구하고 먀약 사용자는 꾸준히 늘어났고 마약 카르텔 범죄는 날로 번성해갔다.
인구 340만 명의 작은 해안 국가 우루과이는 이미 74년 법으로 ‘개인적 용도’의 마리화나의 ‘적정량’ 소지 및 사용을 허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개인적 용도’와 ‘적정량’의 판단이 판사 재량에 맡겨져 있었다는 거였다. 모순적이게도 마리화나 재배 및 유통은 여전히 불법이었다.
현실적인 혼란과 법적 모순을 제거하면서 마리화나를 원하는 시민에게 일정량의 질 좋은 마리화나를 암시장보다 훨씬 싸게 공급함으로써 암시장 자체를 없애겠다는 게 무히카의 구상이었다.
우루과이 시민이 마리화나를 사려면 사전에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허가된 약국에서 지문 날인을 거쳐 일정량만 살 수 있다. 정부가 승인한 재배-소비자 클럽 회원이 되거나 가구별로 6포기 내에서 직접 재배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우루과이 마리화나 실험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번다한 절차와 공식채널의 공급 부족 등으로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마리화나 양은 2022년 기준 전체 소비량의 27%에 불과하지만 강경 단속 및 규제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우려와 달리 2013년 이후 마리화나 사용자도 2021년 기준 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계속).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