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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수선비 모은 돼지 저금통 기부한 노부부...상금 받아 도울 곳부터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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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수선비 모은 돼지 저금통 기부한 노부부...상금 받아 도울 곳부터 찾았다

입력
2024.12.23 18:00
수정
2024.12.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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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희망나눔인상 받은 김주술·최영심씨 부부
돼지 저금통 모아 18년 동안 2,500만 원 기부
"나보다 어려운 처지인 사람은 얼마나 더 힘들까"

KT희망나눔인상을 받은 김주술(왼쪽)씨와 아내 최영심씨가 19일 일터인 광주광역시 동구 ‘신세계 구두수선’에서 상패, 기부금을 모으는 빨간색 돼지저금통을 들고 있다. KT그룹 희망나눔재단 제공

KT희망나눔인상을 받은 김주술(왼쪽)씨와 아내 최영심씨가 19일 일터인 광주광역시 동구 ‘신세계 구두수선’에서 상패, 기부금을 모으는 빨간색 돼지저금통을 들고 있다. KT그룹 희망나눔재단 제공


큰 상이어서 우리가 다 쓸 수는 없죠. 교회에 10%, 동구청에 10%, 북구청에 10% 기부할 거예요.

김주술 최영심씨 부부


KT그룹 희망나눔재단의 올해 마지막 희망나눔인상을 받은 김주술(69)씨는 상금을 떼어 또 기부할 생각이라고 2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그는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광장에서 '신세계 구두수선'을 운영한다. 구두 수선비를 받을 때마다 10%씩 돼지 저금통에 모아 2006년부터 18년 동안 2,500만 원을 기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아내 최영심(70)씨와 함께 상을 받았다.

김씨는 한때 제화점을 하며 큰돈을 벌기도 했다. 최씨는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중장거리 육상 종목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력이 있다. 김씨는 유통업을 하다가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 시절 사업 실패를 겪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기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다시 구두 수선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 살기 시작했고 "내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나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은 얼마나 더 힘들까"란 생각으로 기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최씨도 흔쾌히 이에 동참했다.

기부할 때의 감정을 묻자 김씨는 자녀 혼사를 맞은 부모의 심정에 빗댔다. 그는 "저금통에 돈이 다 차서 보낼 때는 딸을 다 키워서 시집보내는 것처럼 기쁘고 감사하다"며 "나로 인해 사회에 조그만 행복의 씨앗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들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써 달라고 구청에 낸 기부금을 한 할머니의 응급 수술비로 쓰겠다고 연락이 왔을 때 가장 보람찼다고 한다.

부부의 생활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약 6.6㎡(두 평) 남짓한 조립식 건물의 구둣방에서 부부는 월 150만~200만 원가량을 벌고 있다. 이 중 10분의 1을 교회에 헌금하고 또 다른 10분의 1은 광주 동구청에 기부한다. 부부의 선행을 돕기 위해 손님이 수선비보다 더 큰 비용을 내거나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동네 청소(광주광역시 노인일자리사업), 최씨는 건물 청소를 하며 생활비에 보탠다.

그렇다면 왜 교회, 광주 동구·북구가 늘 부부의 우선순위일까. 김씨는 "장로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동구가 일터고 북구에 산다"고 했다. "이만큼 살아온 것도 얼마나 감사한지 생각하면 기쁘다"는 김씨는 "구두 수선으로 모아 작은 돈이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누며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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