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명 삼킨 인도양 쓰나미 20년… "비극 재발 않기를"

2004년 12월 26일 발생, 60개국서 사망자
지구자전축 움직이고 자전주기 짧아지기도
이후 28개국 쓰나미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26일 인도네시아 아체주 반다아체에서 열린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추모식 도중 한 시민이 당시 희생된 가족을 기리며 기도하고 있다. 반다아체=EPA 연합뉴스

최대 높이 50m, 아파트 20층만 한 파도가 해안가를 덮쳤다. 지진을 타고 온 파도는 육지의 모든 것을 할퀴었다. 집도 가족도 모두 한순간에 물속으로 휩쓸려 갔다. 2004년 12월 26일 오전 8시, 크리스마스 이튿날 초대형 쓰나미가 인도양을 덮친 지 26일로 꼭 20년이 됐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1 강진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스리랑카 등 12개국을 강타했다. 쓰나미는 인도양을 가로질러 소말리아, 케냐,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에까지 도달했다. 사망자는 최소 23만 명, 실종자는 무려 5만 명이 넘는다. 200만 명 이상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최대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에선 17만 명이 숨졌다. 한국에서도 태국 푸껫 등을 찾았던 관광객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60여 개국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2004년 쓰나미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반다아체를 촬영한 위성 사진. 2004년 6월 23일 사진(위)에선 또렷하게 보이던 마을이 지진 해일이 휩쓸고 지나간 이틀 후인 같은 달 28일(아래)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후 조사 결과 해구에서 최대 1,300㎞ 길이 단층대가 한 번에 평균 15m 이상 이동하면서 초대형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판 전체가 움직이며 태국 푸껫과 방콕은 각각 32㎝, 9㎝씩 남서쪽으로 이동했다. 지구 자전축이 2.5㎝ 움직였고, 이에 따라 자전주기가 2.68㎲(마이크로초·10만 분의 2.86초) 짧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재난 중 하나로 꼽힌다.

"위험 경각심 갖고 관리"

20년이 흐른 지금, 각국 생존자들은 그날의 아픔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 태국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25일 동남아 곳곳에선 희생자 20주기를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쓰나미 당시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지역에서 시신 수습 과정에 투입된 자파루딘은 이날 AFP통신에 “세상의 종말이 온 줄 알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간신히 트라우마에서 회복됐지만, 고아가 된 아이들만 생각하면 여전히 눈물이 난다”고 했다.

2005년 1월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에서 산림부 소속 코끼리가 쓰나미로 무너진 건물 잔해물을 치우고 있다. 반다아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참사는 전 세계 해양 안전에 경종을 울렸다. 2004년 이후 28개국은 4억 달러(약 5,8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인도양에 쓰나미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규모 5.0 이상 지진 발생 땐 주민들에게 신속히 메시지가 전달되고, 시스템에 따라 사이렌도 울린다.

8세 때 반다아체에서 쓰나미로 가족을 잃고 현재 인도네시아 지구물리학 기관 지진관측원으로 일하는 후두딜라(28)는 로이터통신에 “쓰나미 조기 경보 시스템은 100㎞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울린다”며 “더 이상 재난이 없길 바라지만, 쓰나미가 발생해도 이제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2005년 1월 2일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에서 시민들이 가족과 이웃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반다아체=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국도 안다만해에 쓰나미 부표와 경고 탑 등을 설치했고, 5개 국어로 경고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다. 소폰 수완랏 푸껫 주지사는 “각 기관이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며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경고 체계를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재해의 기억과 교훈을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쓰나미 당시 무너져내렸다가 재건된 반다아체 로크냐 공립 고교에선 재난 대피 훈련이 정기적으로 실시된다. 교장과 일부 교사는 2004년 사태의 생존자다. 에카 사리 데위 교장은 AP통신에 “재난 이후 태어난 아이들이 (쓰나미) 역사에 대해 무지한 채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오늘날 청년들도 쓰나미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