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야당 주도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
이 부총리 "학부모에 비용 전가, 학습 격차 우려"
교과서 개발사, 민사소송·헌법 소원 제기 가능성
교원 단체들은 대체로 "환영"…교총은 "우려"
내년 1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이 쓸 예정이었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서'가 아닌 '참고서(교육자료)'로 지위가 떨어지게 됐다. 각 학교가 의무적으로 AI 교과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아이들의 디지털 과몰입을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고, 당장 도입을 부담스러워하는 교사들도 있어 채택률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의 결정에 반발하며 "재의(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26일 열린 본회의에서 AI 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이미 검정을 통과해 시중 보급을 앞둔 AI 교과서 76종이 모두 참고서 수준으로 지위가 떨어지게 됐다.
교육부는 즉각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교육개혁 과제로 공들여 추진해온 데다 도입을 3개월 앞둔 시점에 무산되면 현장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부총리는 국회에서 개정법안이 통과되자 입장문을 내고 "학교 현장과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므로 재의요구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자료는 교과서와 달리 무상·의무 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며 "시도나 학교별 재정여건에 따라 사용 여부의 차이가 발생해 (아이들의) 학습 격차가 나타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AI 교과서를 만드는 데 큰돈을 들인 개발사의 반발도 예상된다. 교육부는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이미 검정을 거친 AI 교과서의 지위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헌법상 '소급 입법 금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발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그동안 투입한 비용을 물어내라'는 민사소송은 물론 헌법 소원까지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원단체들은 당장 내년 AI 교과서를 의무 도입하지 않아도 된 데 대해 대체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포함한 126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모인 'AI디지털교과서 중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개정안이 AI 교과서 강행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 해소에 기여하고 향후 교육 현장에서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학생의 다채로운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교사노동조합연맹도 "AI 교과서의 선정은 학교 자율에 맡기고 효과성 검증부터 해야 한다"며 찬성 의견을 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치에 따라 교과서 정책이 요동치며 자칫 소송 분쟁까지 더해져 학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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