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SK켐·애경 전 대표 유죄 판결 파기
"가해자 책임 덜어주고, 피해자 위로 못해"
네 식구 피해자 "누가 애들 아픔 보상하나"
대법원이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26일 일부 파기하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당사자와 유족들이 "이들이 범인이 아니면 누가 죽였고 누가 범인이란 말이냐"라며 격분했다.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날 대법원 선고 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가해자의 책임을 덜어주고, 피해자들 마음을 달래주지 못한 대법원 판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고등학교 2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 아들 등 네 가족 모두 중증 천식을 앓게 됐다는 피해자 김선미씨는 "누구한테 아이들의 아픔을 보상받아야 하고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가습기 살균제로 부인을 잃었다는 유족 김태종씨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에 참으로 가슴 아프고 울분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단체들은 성명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국민 건강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 해태와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이 맞물려 가져온 재앙"이라며 "사회적 시스템 부재와 기업의 이윤추구에만 매몰된 행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적 책임은 엄정하고 강력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임직원들 재판에서 1심은 전부 무죄를, 2심은 두 회사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하는 등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이날 오전 대법원은 공동정범에 대한 법리 오해가 있다면서, 여러 회사 살균제를 중복해 사용한 피해자들은 각 기업 제품과 피해 사실 간 인과관계를 보다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2심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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