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50 합작법인 설립 계획
‘2강’ 쿠팡?네이버에 도전장
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잡는다. 두 회사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인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신설 예정인 합작법인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두 유통 공룡의 빅딜이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 자회사인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세운다고 26일 밝혔다. 신세계는 계열사 이마트 등이 보유한 지마켓 지분 100%를,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 등을 출자할 예정이다. 양 사는 합작법인 지분을 50%씩 갖는다. 설립이 완료되면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합작법인의 자회사가 된다. 다만 두 플랫폼은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빅딜은 투자 회수를 고민하던 신세계와 한국 시장 연착륙을 노리는 알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신세계는 2021년 6월 지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약 3조4,400억 원에 사들였다.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었다. 하지만 각각 ‘로켓배송’ ‘네이버멤버십’을 앞세운 쿠팡, 네이버에 밀리면서 지마켓은 2022, 2023년 연이어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지마켓 인수 당시 라이벌 롯데와 입찰 경쟁을 벌이며 인수가를 높인 신세계가 승자의 저주에 걸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번 합작을 통해 알리의 막강한 자본력,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지마켓의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알리는 최대 약점인 중국 기업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알리는 2023년부터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왔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11월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68만 명. 단숨에 국내 2위까지 올라섰지만 1위인 쿠팡(3,220만 명)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싼 가격과 중국산 '짝퉁' 유해물질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신세계와 손을 잡음으로써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셈이다.
알리의 '역(逆)직구' 사업 또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역직구는 한국 기업이 만든 화장품과 패션 등을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알리는 이번 합작으로 지마켓에 입점한 60만 개가 넘는 K셀러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됐다. 신세계는 국내 셀러가 지마켓에 등록한 상품이 바로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합작 최대 수혜자는 지마켓 60만 셀러"라며 "지마켓 또한 경쟁력 있는 셀러를 추가 확보할 수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알리가 사실상 반(反)쿠팡 연대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며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향후 플랫폼 통합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가 2025년 유통업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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