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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의붓아들 무자비 학대 계모... 법원 "살해 고의 인정" 징역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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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의붓아들 무자비 학대 계모... 법원 "살해 고의 인정" 징역 30년

입력
2025.01.07 12:30
수정
2025.01.07 14:15
10면
0 0

온몸 상처 흔적, 저체중... 아이는 되레 자책
계모 '미필적 살인'… 징역 17년서 형량 늘어
생모 법정서 눈물... 방청객 "판결 합당" 박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왼쪽 사진)와 계모 이모씨가 2023년 2월 16일 오전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왼쪽 사진)와 계모 이모씨가 2023년 2월 16일 오전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열두 살 초등학생 의붓아들을 1년간 무자비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앞선 판결에선 살해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을 거치면서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형량이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설범식)는 7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45)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8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에 대한 신체·정신적 학대는 이 사건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여, 기소되지 않은 학대도 많았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핑계 삼고 있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법원은 ADHD 치료 약물이 사망의 직접 원인일 수 있다는 이씨 측 주장을 물리쳤다. 복용량 증가 시점과 피해 아동의 체중 감소 시점이 일치하지 않고 "처방 당시 유의미한 부작용은 없었다"는 담당 전문의 회신도 근거로 삼았다. 외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는 외부 감정도 참고했다.

"죽을 줄은 몰랐다"는 이씨의 항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재판부는 "살해 범의(犯意) 발현 시점을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피해 아동 사망 직전에 행해진 학대 행위는 종전과 비교해 강도가 심하고 내용이 중해 피고인도 사망 가능성과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최대 사형까지 선고 가능한 아동학대살해죄로 이씨를 처벌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1심보다 무거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방청석에 있던 피해 아동의 생모는 눈물을 터뜨렸고, 함께 재판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합당한 판결"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씨는 2022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의붓아들을 학대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이가 친모를 닮았다거나, 양육 스트레스로 자신이 유산을 했다는 이유를 대며, 연필로 아이 허벅지를 200차례 찌르거나 의자에 결박하는 식으로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아이에게 ADHD가 있다는 핑계로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 명목으로 성경책 필사와 학습지 풀이만 강요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아이는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해 사망 당시 몸무게가 29.5㎏에 불과할 정도로 수척해졌다. 29㎏은 남아 8세, 여아 9세 정도의 체중이다.

아이의 생부는 이씨의 학대를 말리기는커녕 "각목을 하나 만들어서 패겠다"며 범행에 동조하곤 했다. 그런데도 숨진 아이는 일기장에 "나는 죽어야 된다, 내가 있다면 모든 게 다 불행해진다, 치매에 걸려서 죽고 싶다"며 부모에게 잘못을 빌고 애정을 갈구하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은 재판 단계에서 또다시 논란이 됐다. 1·2심 법원은 이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살해에 대한 고의가 미필적(범죄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행하는 것)으로나마 있었단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상대적으로 형량이 가벼운 아동학대치사죄로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아이가 사망한 후에도 별다른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를 인멸한 사정 등에 비춰 이씨에게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 올해 7월 사건을 돌려보냈다. 함께 기소된 이씨의 남편은 기존과 같은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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