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 '양심' 출간 기자간담회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까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호주제 폐지와 돌고래 제돌이의 야생 방류에 앞장섰습니다. 제가 왜 그랬을까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책 '양심' 출간을 기념해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자문했다. "태생적으로 비겁한 사람"인데도 "그놈의 얼어죽을 양심 때문에" 제법 용감한 일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자답.
최 석좌교수는 2023년 8월 서울대 졸업식 축사를 준비하며 '양심'이라는 화두를 처음 꺼내 들었다. "온갖 사회적 부름에 종종 제 목까지 내걸고 참여"했던 지난 생애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양심이 버티고 있더라는 것. "차마 외면할 수 없고, 어차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온몸으로 덤벼들자는 이른바 '차마, 어차피, 차라리' 이 세 단계를 거쳐 매번 일을 저질렀더라고요. 제 마음속에 타고 있는 양심이라는, 불어도 꺼지지 않는 촛불을 차마 끄지 못했던 거죠."
최 석좌교수는 "양심과 명예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을 바라면서 '양심'을 썼다.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를 위해 2020년 시작한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함께 만드는 팀최마존이 책을 기획하고 펴냈다. 자연과 인간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선보였던 콘텐츠 중 양심을 주제로 한 7편을 선별해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을 책으로 풀어낸 것.
"양심에 털 났냐, 양심은 엿 바꿔 먹었냐,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일상 대화에서 이렇게 자주 쓰던 게 양심이라는 단어였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더라고요." 용도 폐기된 양심이라는 단어를 이 시점에서 되살리고 싶었다는 게 최 석좌교수의 말이다. 그러면서 군인의 총부리보다 더 강한 게 양심이라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최근 탄핵 정국과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대목. 그는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쓴 책은 아니었다"면서도 "나랏일을 책임지는 분들이 양심의 기준에 따라 움직여 준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석좌교수는 "양심은 내 마음속에 있다보니 다 속여도 결국 딱 한 명 나 자신은 못 속인다"며 "나를 못 속여서 계속 불편해하다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내 안의 깨끗한 무엇', 바로 양심의 힘이다. 퇴임을 코앞에 둔 그는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기 위해 우리 생각을 다듬어 가는) 숙론의 장을 만들고 싶다"며 "그 시작을 양심이라는 키워드로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사회에서 잊힌 양심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서도 양심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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