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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전두환, 수갑 박근혜, 정장 윤석열... 구속 대통령 '인권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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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전두환, 수갑 박근혜, 정장 윤석열... 구속 대통령 '인권 변천사'

입력
2025.01.25 04: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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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전두환 하늘색 수의에 수용번호
朴,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수갑 착용
MB는 고령 이유로 수갑 없이 서류 들어
머리 손질까지 받는 尹, 특혜 시비 논란

1995년 11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12월 3일 경남 합천군에서 압송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2017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2017년 11월 12일 바레인 방문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출국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심판정으로 들어가는 윤석열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1995년 11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12월 3일 경남 합천군에서 압송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2017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2017년 11월 12일 바레인 방문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출국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심판정으로 들어가는 윤석열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탄핵심판을 받으려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객 시선은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내란 수괴로 지목돼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된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옷차림뿐 아니라 헤어스타일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2 대 8 가르마'는 전문가 손길이 닿은 것처럼 잘 정돈돼 있었다. 구속되지 않았을 때 윤 대통령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반 구속 피의자에게 관찰되는 수의·포승줄·수갑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해 교정당국이 특별 대우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수용자 인권을 배려하는 시대 흐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올해 윤 대통령까지 30년간 영어(囹圄)의 몸이 된 전현직 대통령의 법정 출두 모습을 비교하면 수용자 처우를 둘러싼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무후무 '수의 입은 대통령' 전두환·노태우

1996년 8월 26일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울형사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해 나란히 손을 잡고 서 있다. 연합뉴스

1996년 8월 26일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울형사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해 나란히 손을 잡고 서 있다. 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16일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구속됐다.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과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신분임을 감안해 대검 중수부 조사실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노 전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우거나 포승줄로 몸을 묶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과 육사 11기 동기인 전두환 전 대통령도 같은 해 12월 3일 군사반란 및 내란 수괴 등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검찰과 대치하며 경남 합천 집에 머물다가 경기도 안양교도소로 압송됐다. 검찰은 집 밖으로 나온 전 전 대통령에게 수갑이나 포승줄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에 넘겨진 두 사람은 1996년 2월 26일 서울형사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2·12 및 5·18 사건 1심 첫 재판에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나타났다. 헌정사상 첫 전직 대통령 재판이었다. 두 사람의 왼쪽 가슴에는 '1042'(노태우), '3124'(전두환) 수용번호가 선명하게 보였다.

박근혜 스스로 머리 올려, 옷깃엔 '503'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첫 재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23일 1심 첫 재판에 수의 대신 파란색 정장을 입고 나왔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미결수용자(법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로 구금된 피의자나 형사 피고인)는 수사와 재판, 국정감사 또는 법률로 정하는 조사에 참석할 때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

15인승 호송차엔 교정 인력을 제외하곤 박 전 대통령 혼자만 탔다. 전직 대통령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한 조처였다. 그러나 호송차에서 내린 그의 손목엔 수갑이 채워졌고, 옷깃엔 수용번호 ‘503’이 붙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재판에선 다른 색깔 정장을 입고 출석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법무부 훈령에 따라 미결수용자는 사복 한 벌만 소지할 수 있으나, 변호인이나 지인에게서 옷을 받을 경우 현재 있는 옷과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장 입은 이명박, 고령 이유 수갑 안 차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뇌물수수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8년 5월 23일 첫 재판에 사복을 입고 나타났다. 넥타이 없이 검은색 양복 차림이었다. 손에는 자신의 입장문이 담긴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의 왼쪽 옷깃엔 수용번호 '716' 배지가 달렸지만, 1년 전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수갑은 착용하지 않았다.

2018년 4월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이 개정되면서 구치소장 판단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나 여성·장애인 등 도주 우려가 낮은 수용자는 보호 장비를 완화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고령을 이유로 수갑을 차지 않았다.

머리 출장 서비스 받은 尹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스1

19일 구속된 윤 대통령은 법정에 선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말끔한 모습으로 헌재 대심판정에 출석했다. 같은 달 21일과 23일 탄핵심판 3·4차 변론기일에도 같은 정장을 입고 나왔다. 옷은 다림질한 듯 구김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옷 어디에서도 수용번호 '10'은 찾을 수 없었다. 잘 빗긴 머리카락은 볼륨도 살아 있었다. 수갑과 포승줄도 없었다. 외양만 보면 12·3 불법계엄 선포 전 모습 그대로였다.

윤 대통령의 깔끔한 외양은 박 전 대통령과 비교됐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 동안 특유의 올림머리를 유지하지 못했다. 구치소 안엔 드라이어가 없고 머리에 바르는 젤이나 왁스도 구매·반입할 수 없다. 전담 미용사 손질을 받지 못하다 보니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갈 땐 약식으로 구치소에서 구입한 검은색 집게핀 등으로 스스로 머리를 틀어올렸다. 이 탓에 법정에 나온 그의 머리는 현직 때보다 부스스했다.

윤 대통령 머리와 옷차림을 두고는 특혜 시비도 일었다. 법무부는 "대통령으로서의 의전과 예우, 헌법 재판의 중요성 및 관심도를 고려해달라는 대통령실 요청에 따라 교도관 입회하에 간단한 모발 정리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헌재에 도착하면 건물 내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외부인으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은 뒤 법정에 들어갔다.

대통령 신분 고려… "예우" VS "특혜"

법조계 안팎에선 "최고 권력자인 현직 대통령까지 구속돼 수사·재판을 받는다는 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성숙해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특수한 신분과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외부인에게 머리 손질까지 받는 건 선을 넘었다는 시각도 있다.

금용명 전 안동교도소장은 "미결수용자의 인권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며 "다만 윤 대통령 '머리 손질 출장 서비스'는 인간의 존엄이나 행복추구권과는 거리가 멀고 구치소에서 보장할 수 있는 기본권 범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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