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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보다 도파민 치솟는 책 뭘까요?"... 17년 책 고수가 골라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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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보다 도파민 치솟는 책 뭘까요?"... 17년 책 고수가 골라주는 책

입력
2025.01.2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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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차 서점MD 손민규의 '책 고르는 책'
"매일 조금씩 꾸준히… 읽는 근육 단련해야"
"갈수록 공감력 떨어진다면 한국소설을"

17년째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근무하는 손민규씨가 책 앞에서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쓴 '책 고르는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홍인기 기자

17년째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근무하는 손민규씨가 책 앞에서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쓴 '책 고르는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책을 펴면 시선이 활자에서 미끄러지기만 하고 여러 번 읽어도 도통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경험이 있지 않나요?"

새해마다 '독서할 결심'을 하고도 매번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 17년째 서점에서 책 고르는 업무를 하는 손민규(41) 예스24 상품기획담당(MD)은 "원래 책 읽는 행위에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다시, 책으로'를 쓴 매리언 울프는 읽기 능력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게 아니고, 어렵사리 획득하더라도 꾸준히 연마하지 않으면 잃어버린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손 MD에 따르면 읽기에도 근육이 필요하다. 읽는 근육을 키우고 근 손실을 막으려면 뭐라도 조금씩 꾸준히 읽는 게 중요하다.

단기간 독서 근육 키우고 싶다면… '도파민 뿜뿜' 이 책

매년 6만 권이 넘는 신간 중에 인문·사회·자연과학 도서를 추리는 작업을 하는 손 MD가 최근 17년간 노하우를 담은 '책 고르는 책'을 펴냈다. 독서의 즐거움을 아직 모르거나,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해도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책알못'(책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다. 22일 그를 만나 책 고르는 법을 물었다. 손 MD는 대학 시절부터 한 해 200권을 완독하는 등 소문난 독서광이다.

손민규씨는 "읽는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끼게 해 준 건 미스터리 소설과 대학생 때 읽은 박경리의 '토지' 같은 한국소설이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소설로 최민석, 임성순, 윤고은, 서유미, 정아은 등의 작품을 추천했다. 홍인기 기자

손민규씨는 "읽는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끼게 해 준 건 미스터리 소설과 대학생 때 읽은 박경리의 '토지' 같은 한국소설이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소설로 최민석, 임성순, 윤고은, 서유미, 정아은 등의 작품을 추천했다. 홍인기 기자

그는 단기간 독서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미스터리 소설을 보라고 추천했다. "유튜브가 재미는 있겠지만, 너무 많이 보면 뇌가 썩는다고 하잖아요. 책에서 즐거움을 좇는다면 단연 소설이죠. 그중에서도 도파민이 치솟는 미스터리 소설을 강력 추천합니다." 추천 도서는 세계 3대 미스터리로 꼽히는 앨러리 퀸의 'Y의 비극',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한 권당 6,000원 내외인 해문출판사 문고판 '세계추리걸작선'은 가성비 좋은 선택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싶을 때도 소설을 읽는 게 좋다. 타인의 삶을 다루는 소설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을 수 있는 통로다. "뭐라도 좋으니, 갈수록 공감력이 떨어진다면 한국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어 보세요." 그래도 뭘 읽을지 모르겠다면 문학상 수상작들부터 읽는 게 좋다. 작가가 혼신의 힘을 쏟아 쓴 역작인 만큼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이유다.

손민규씨는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손민규씨는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뼈 때리는 조언 담긴 쇼펜하우어 추천

책 고르기가 어렵다면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도 방법이다. 혹자는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를 읽으라'고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고전은 모두 당대의 베스트셀러"라며 "그 분야에서 가장 잘 쓰는 사람의 책이 잘 팔린 만큼 백안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독자가 많은 책일수록 다른 이들과 소통할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베스트셀러일수록 온라인상에서 독자 리뷰가 활발하다.

최근 베스트셀러 순위를 휩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도 추천했다. 쇼펜하우어 역시 당대 베스트셀러 저자였다. 그는 쇼펜하우어와 그에 앞서 열풍을 이끌었던 니체를 인문 고전에 진입하기 좋은 텍스트로 꼽았다. 칸트나 데카르트 같은 사상가들의 저작과 달리 일단 문장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현대의 자기계발 코드와도 통하면서 (밈으로 유행한) 개그맨 박명수의 말처럼 뼈 때리는 조언"도 날려 준다.

"여전히 책 읽고자 하는 욕구 많아"


책 고르는 책·손민규 지음·포르체 발행·256쪽·1만7,000원

책 고르는 책·손민규 지음·포르체 발행·256쪽·1만7,000원

업계 숨은 고수인 그가 이제서야 책을 낸 이유는 독서에 목마른 독자들을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이 문전성시를 이뤘잖아요. 성탄절에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는데 발 디딜 틈이 없더라고요. 여전히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데도 책이 안 팔리는 건 우리 업자들이 임무를 방기한 것 아닐까 반성했죠. 우리부터 책 이야기를 계속, 더 많이 해야겠더라고요."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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