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근로자가 회사에 신고 쉽지 않아"
"MBC, 비판을 언론탄압으로 호도... 2차 가해"
MBC "고인, 고충 사내에 알린 적 전혀 없어"
지난해 9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故) 오요안나 전 MBC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MBC를 향해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안 의원은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작년 9월에 세상을 떠난 오씨 유족이 가해자인 직장 동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고인이 회사에 신고한 적 없어서 조치할 수 없었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MBC의 대응을 지적했다.
안 의원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해 있다. 방송사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경험과 고충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특히 사회적 약자나 비정규직의 경우 피해는 더욱 크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은 삶의 터전인 직장을 지옥으로 만드는 사회악이기에 반드시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씨의 전 직장이었던 MBC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안 의원은 "약자인 프리랜서 근로자가 회사에 신고하는 자체가 쉽지 않은데 (MBC가)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밀고 있다"면서 "고인의 죽음 이후 4개월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조사, 조치가 없었던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회사 당국에 신고한 적이 없어서 조치할 수 없었다는 주장 또한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특히 MBC가 '정치적 논리'를 내세워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MBC가) 이번 사건에 대한 비판을 'MBC 흔들기'라며 언론탄압처럼 호도하는 것은 고인을 모독하고 유족에 상처 주는 2차 가해"라며 "뉴스로 수많은 직장 내 괴롭힘을 비판했던 MBC가 스스로는 진영 논리로 책임을 회피한다면 전형적인 '내로남불'에 해당할 것"이라고 했다.
유족, 고인 동료에 손배소 제기
지난 27일 매일신문은 오씨가 직장 내 기상캐스터 2명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원고지 17장 분량(2,750자)의 유서를 작성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씨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고 한다.
MBC는 오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졌다는 의혹이 확산하자 입장문을 냈다. MBC는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나 관리자에게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며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 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오씨 유족 측은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고인의 일부 동료 직원들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오씨가 괴롭힘으로 힘들어했던 내용이 담긴 일기와 따돌림 정황이 확인되는 대화 등을 나중에 찾으면서 이 사안을 뒤늦게 공론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MBC에 사실관계 확인 요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조사하고 진정 어린 사과 방송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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