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과 거부 등 행보에
여권 대선주자 1위로 자리매김
과거 극단적 언행에 잦은 구설
중도층 표심 확보엔 한계 보여
지난달 23일 주식 시장에선 평화홀딩스와 자회사 평화산업의 주가가 전일 대비 30% 오르며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대영포장과 사조씨푸드, 밸로프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종목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다고 알려진 '김문수 테마주'다.
주가 급등 재료는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였다. NBS에서 김 장관은 차기 대선주자로서 14%의 지지율로 여권 후보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여권 주자인 홍준표 대구시장(7%)이나 오세훈 서울시장(6%),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를 더블 스코어로 앞섰다.
본인 관련 정치 테마주가 고개를 들 만큼 김 장관은 지금 정치권 돌풍의 중심에 있다. 3선 국회의원과 경기지사를 지내며 승승장구했지만,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중앙 정치판에서 멀어진 그로선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
강성 보수층 결집하자 지지율 껑충
김 장관에 대한 보수 진영의 선호도는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로 지난달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중 김 장관은 14%의 지지율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5%)에 이은 2위였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 의뢰로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조사에서도 김 장관은 17% 지지율로 이 대표(36%) 다음이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에서도 김 장관은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여권 전체 1위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차기 대통령감으로 선호도가 2%에 불과(한국갤럽 기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도약이다.
김 장관의 약진은 보수 진영이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전문가 이상일 전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1월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보수 안에서도 강성 보수층이 김 장관에게 주목하면서 대안으로 평가하는 기류가 빠르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는 12·3 불법계엄 사태를 기점으로 형성됐다. 김 장관이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계엄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에 대해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의 요구를 거부한 일이 기폭제가 됐다. 다른 국무위원들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동안 홀로 허리를 펴고 자리에 앉아 있었던 김 장관에겐 '꼿꼿 문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보수 세력이 가장 듣고 싶어 하거나,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을 만든 유일한 사람"(30일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1919년 건국 부정하고 노조에 "자살 특공대"
김 장관의 강경 우파적 정치색은 대선후보로서 치명적인 약점으로도 지목된다. 대선 승리에 필수적인 중도층 표심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과거 언사들은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편향된 역사관 논란이 대표적 예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일제시대 때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야당의 비난을 받았다. 장관 취임 직후에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동일성이 유지된다는 외교부 문서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2018년 한 교회 강연에서도 "(일제강점기인) 1919년에는 나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 인식과 같다.
김 장관은 '건국절'을 주장하는 강경 우파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도 우호적 관계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2023년 4월 라디오 방송에서 전 목사가 주최하는 보수 집회에 관해 "나라가 어려울 때 기독교인들이 구국의 일선에 나서는 것은 정당하다"라고 두둔했다. 전 목사도 지난해 9월 유튜브 방송에서 "내가 선견지명이 얼마나 빠르냐 하면, 김문수가 경기지사 두 번 했잖아. 기도하는데 '김문수를 대통령 만들어라'"라며 김 장관을 치켜세웠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 장관은 편향된 노동관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재임 시절이었던 2023년 3월 본인 페이스북에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했습니다. 감동받았습니다. 노조가 없습니다. 620명의 평균나이 28세, 현장에서 핸드폰은 보관하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평균임금은 4,000만 원이 안 됩니다"라고 썼다. 무노조 저임금 경영을 옹호했다는 취지로 해석되면서 노동계 비판을 받았다.
경기지사로 근무하던 시절인 2009년에는 도청 회의 도중 그해 쌍용자동차 노사 협상이 결렬된 상황을 언급하면서 "회사가 망해서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회사를 살릴 책임이 있는 사람들(노조원)이 스스로 죽겠다고 자살 특공대를 만들어서 시너를 끌어안고 옥쇄투쟁을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김 장관은 고용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노조를 '자살 특공대'에 비유한 사실에 대해 "반성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대착오적 젠더 인식에 막말 논란도
김 장관은 시대착오적인 젠더 인식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김 장관은 경기지사 시절인 2010년 한 대학 특강에서 걸그룹 '소녀시대'를 언급하며 "내가 봐도 잘생겼다. 쭉쭉빵빵이다"라고 표현했다. 이듬해에는 한국표준협회의 조찬 모임에서 "춘향전이 뭡니까? 변 사또가 춘향이 X 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발언한 사실이 공개돼 지탄받았다.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답변을 통해 "변 사또 언급은 부정부패한 관리를 질타하려는 의도이고, 소녀시대는 한류열풍 주역으로 강조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위적인 행태로 오명을 쓰기도 했다. 2011년 경기지사 시절 경기 지역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해서 행정점검차 119에 전화를 걸었다가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김 장관은 전화를 받은 소방서 상황실 직원에게 대뜸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고 말했다. 직원이 "무슨 일 때문이냐"라고 묻자 김 장관은 되레 "이름이 누구냐"라고 재차 묻는 등 불쾌함을 드러냈다. 도지사에 대한 응대가 부적절했다는 취지였다. 이 일로 해당 직원이 문책성 인사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김 장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김 장관은 이 밖에도 극단적인 언사로 뭇매를 맞았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극언이 잦았다. 2017년 한 보수단체 집회에서 "문재인은 김정은의 기쁨조"라고 목소리 높였고, 2019년 자유한국당 주최 토론회에선 "박근혜, 이명박이 구속이라면 문재인은 당장 총살감"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10월엔 경사노위원장으로 국회 국정감사를 받으면서도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발언했다가 국회 모욕죄 혐의로 고발당했다.
사회 문제에 관한 인식도 비판받았다. 2023년 9월 경사노위 주최로 개최한 청년 행사에서 김 장관은 저출생 문제를 언급하며 "애를 낳아서 키워줘야지 개를 안고 다니는 것이 어떻게 행복일 수 있나"라고 말했다. 청년 세대의 근본적인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 원인 진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후보 시절엔 "대한민국의 상징이 세월호처럼 돼서는 안 된다"면서 "세월호처럼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은 물러가라"라고 발언했다가 유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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