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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진상조사위 11개 권고안…정부, 사실상 모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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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진상조사위 11개 권고안…정부, 사실상 모두 거부

입력
2025.02.0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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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6개월 넘게 조사했는데
정부 부처 원론적 답변 그쳐
5·18기념재단 "권고 무력화"
입법 활동 등 통해 대응책 모색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서 유혈 충돌이 벌어진 1980년 5월 21일 봉축탑이 서 있는 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연일 민주항쟁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시민군과 계엄군 사이에서 유혈 충돌이 벌어진 1980년 5월 21일 봉축탑이 서 있는 전남도청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연일 민주항쟁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조위)가 4년 넘게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5·18에 대한 군사 정훈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달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국방부에 전달했다. 이에 국방부는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에 이미 포함돼 있다"며 진조위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에 담긴 내용은 '5·18민주화운동 등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냈다'는 단 한 문장 뿐이었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6월 진조위가 5·18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11개의 권고안을 정부에 제시했지만, 정부 부처들은 단 한 개의 권고안도 수용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5·18민주화운동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4개월간 활동한 진조위는 전국 각 대학과 학술단체, 시민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조언을 받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54개의 '정부 권고안'을 도출했다. 이어 진조위는 치열한 내부 토론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11개 권고안을 확정했다.

5·18진상규명법에 따라 정부는 진조위가 제시한 11개 권고안에 대해 6개월 내 이행계획과 조치 결과 수립, 공개해야 할 법적 의무까지 있지만 사실상 진조위의 모든 권고를 거부했다. '권고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함께 보고해야 한다'는 예외 조항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5·18 조사위 정부 권고안 답변. 그래픽=신동훈 기자

5·18 조사위 정부 권고안 답변. 그래픽=신동훈 기자

5·18 성폭력 피해자 명예 회복과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대표적이다. 앞서 진조위는 성폭력 피해자들과 수배, 학사징계, 해직, 강제징집 및 녹화사업 피해자들에게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한 별도의 피해보상금의 지급 근거나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했다. 기존 기준이 외상이 잘 드러나지 않고, 피해 사실을 감추는 까닭에 객관적 증거 확보가 어려운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그러나 행안부는 "2021년 개정한 5·18 보상법에 성폭력 피해자 등이 관련자로 담겼다"며 "2024년 7월 국립 트라우마 치유센터를 개관해 관련자들의 치유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고 별도 지원책 마련을 거부했다.

진조위 활동을 잇기 위한 후속 조사로, 별도의 5·18 연구기관을 설립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에 대해서도 행안부는 "5·18기념재단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암매장지 발굴과 행방불명자 DNA 신원확인을 위한 후속 조사 기구 설치는 국방부가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니 국회를 통해 입법하라"고 사실상 권고안 수용하지 않았다. 이처럼 정부는 11개 권고안에 대해 이행조치를 뒤로한 채 기존 시책들만 나열하며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식의 원론적 답변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송선태 전 진조위 위원장은 "국방부에 5·18에 대한 정훈 교육을 강화해달라고 권고한 것은 국방부가 최소한 법적 결론이 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선 적극적 대처를 주문한 것"이라며 "11개 권고안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사안들인데도 정부의 답변은 취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우선 광주시와 함께 정부 부처에 다시 한번 대책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라며 "또 국회를 통한 입법 활동을 통해 대응책을 모색하는 등 진조위 활동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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