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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마르, 반 고흐의 미발견 작품일까?

입력
2025.02.06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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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민
김승민영국 왕립예술학교 박사

편집자주

김승민 큐레이터는 영국 왕립예술학교 박사로 서울, 런던, 뉴욕에서 기획사를 운영하며 600명이 넘는 작가들과 24개 도시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미술 시장의 모든 면을 다루는 칼럼을 통해 예술과 문화를 견인하고 수익도 창출하는 힘에 대한 인사이더 관점을 모색한다.

미술 연구기관인 뉴욕 LMI사가 최근 "빈센트 반 고흐의 미발견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엘리마르. LMI 보고서 캡처

미술 연구기관인 뉴욕 LMI사가 최근 "빈센트 반 고흐의 미발견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엘리마르. LMI 보고서 캡처

미국 미네소타의 한 벼룩시장에서 50달러도 안된 가격에 판매된 한 초상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미발견 작품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술 연구기관인 뉴욕 LMI사는 2019년 익명의 골동품 수집가로부터 이 작품을 구매한 후 ‘엘리마르(Elimar)’라는 제목을 붙이고, 458쪽에 달하는 과학적·미술사적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고흐의 1889년 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의 공식 입장이 주목된다. 앞서 2018년에는 골동품 수집가의 진품 감정 의뢰에 “반 고흐의 것이 아니다”라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미술관은 그러나 이번 LMI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미술관이 최근 위작 소송과 감정 요청 급증으로 인해 개인 소장 작품 감정을 중단한 정책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만약 엘리마르가 진품으로 인정된다면, 그 가치는 1,500만 달러(약 216억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단순한 미술사적 발견을 넘어, 미술 시장의 역사도 다시 쓰게 된다. 1980~1990년대 경매 시장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 1, 2위 모두 반 고흐의 작품이었다.

또 현재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살바토르 문디’와도 연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많은 논란 속에서도 수백만 달러를 들인 복원 작업 및 과학 감정을 거쳐 최종 4억5,000만 달러(약 6,400억 원)에 판매됐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 관장을 지낸 맥스웰 앤더슨이, 미술 법률가 로렌스 신델, 금융가 스티븐 노박과 함께 LMI를 창립한 이유가 자연스레 이해된다. 이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미술 감정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전략을 펼치려는 것이다.

작품 오른쪽 하단 모서리에 써 있는 글씨 '엘리마르'. LMI 보고서 캡처

작품 오른쪽 하단 모서리에 써 있는 글씨 '엘리마르'. LMI 보고서 캡처

LMI사의 보고서는 왜 그림에 고흐 서명이 없는지, 고흐가 남긴 편지 속 부재한 작품의 언급 등 이 작품을 진품으로 해석한 근거를 제시한다. 고흐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해 그린 사례가 많았다. 엘리마르도 미케일 안커(덴마크)의 ‘닐스 가이헤데의 초상’을 재해석했다는 게 LMI사 주장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밀레의 ‘이삭을 줍는 사람’과 고흐의 작품을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또 작품 오른쪽 하단 모서리에는 고흐 본인의 이름이 아닌 ‘Elimar’가 적혀 있는데, 이 필체를 반 고흐의 작품 ‘성경과 함께하는 정물(1885)’속 글씨 ‘Emile Zola(에밀 졸라)’의 필체와 대조한다.

이밖에 △캔버스의 직조 밀도가 반 고흐 시대의 제작 방식과 일치한다는 점 △안료 분석을 통해 ‘1883년, 파리 근교 생드니의 한 회사가 해당 물감을 특허 등록한 점’ 등을 제시했다. 다만, 캔버스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DNA가 반 고흐 후손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사례는 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한 감정이 사적 영역에서 이뤄지면서 기존 미술관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사적 기관’이 개입하는 만큼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감정의 사각지대’ 또한 발생할 수 있다.

김승민 슬리퍼스써밋 & 스테파니킴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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