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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말 스스로 자유롭다고 믿는가?

입력
2025.02.07 12: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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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자유'

슬라보예 지젝. 한국일보 자료사진

슬라보예 지젝. 한국일보 자료사진

치유할 수 없는 질병. 슬로베니아 출신 세계적인 사상가 슬라보예 지젝 미국 뉴욕대 석좌교수는 신간 ‘자유’를 이렇게 정의하며 부제로 정했다. 자유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으며 자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려는 의도다. 지젝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오해하는 사람보다 더 절망적인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한 괴테의 말을 인용하면서 “가장 위험한 것은 마치 자유인 것처럼 누리는 비자유”라고 말한다. 나는 선택의 주체가 아니라 선택되는 존재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리는 자유를 위한 도구가 된다. 실제로는 자유가 우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자유는 시대마다 의미가 다르고 같은 시대라도 각자의 위치와 처지에 따라 자유의 의미는 달라진다. 지젝은 사회적 법규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쓰이는 자유(리버티∙Liberty)와 보다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프리덤∙Freedom)의 차이, 사회적 규칙과 관습에 구애 받지 않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추상적 자유’와 그것이 일상 생활에서 제한적으로 실행되는 ‘구체적 자유’의 차이부터 설명한 뒤 “진정한 자유는 우리의 삶 전체를 좌우할 자유(리버티)의 윤곽을 선택할 때 발생한다”면서 자신의 ‘자유론’을 펼친다.

자유∙슬라보예 지젝 지음∙노윤기 옮김∙현암사 발행∙492쪽∙2만6,000원

자유∙슬라보예 지젝 지음∙노윤기 옮김∙현암사 발행∙492쪽∙2만6,000원

전복적 질문으로 자유의 개념을 재정의하며 지젝은 자유와 부자유가 초래하는 사회적 혼란, 즉 권력자의 독재, 불평등과 차별 같은 문제도 지적한다. 책은 질문의 연속이다. 자유 의지란 존재하는가. 시장과 국가, 대의민주주의 등 우리의 자유를 매개하는 것들은 불가피한 조건인가. 우리는 자유의 경계를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가. 스스로 자유로운 존재라는 착각과 시스템의 예속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정치 주체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권력자들이 자유를 외치며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에 곱씹어볼 만한 질문들이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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