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 MBC 라디오 출연
"극우세력 종북몰이 약발 떨어지자
중국을 한미 공동의 적으로 설정한 것 아닌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페스티벌'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노골화하고 있는 '혐중' 정서와 관련 "극우세력의 의도대로 우리가 중국과 최전선에서 맞서면 가장 이익을 많이 챙기는 것은 일본"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우파가 최근 중국위협론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을 겨냥한 '종북몰이'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11일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극우 세력들이 들고 온 중국위협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 극우 세력이 중국을 때리는 주장과 너무나 유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 극우의 중국위협론이란 '일본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중국'이라고 보고, (중국이) 일본 내 미군 군사시설이나 요인들에 접근해서 군사 기밀을 빼내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고 이런 간첩행위는 산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런 논리를 그대로 국내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극우 세력의 주장대로 한국이 대중국 방화벽의 최전선에 서서 대립한다면 가장 많은 이익을 챙기고 어부지리를 보는 나라는 일본"이라며 "우리가 일본을 대신해 중국과 최일선에서 싸워준다면 일본으로서는 엄청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안보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실리를 챙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반면 우리는 근거도 없고 실리도 없는 중국위협론에 빠지게 되면서 자꾸 신냉전 프레임에 갇히게 되고, 사실상 안보와 경제에 있어서 중국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플레이어인데 적대관계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12·3 불법계엄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중국인들이 미국 항공모함과 국가정보원을 촬영했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이 전국 삼림을 파괴한다"며 중국발 안보 우려를 계엄 이유로 들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도 "중국인들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다"고 말한 적 있다. 우파 매체 스카이데일리도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이 체포됐다고 주장해 선관위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고발했다.
문 교수는 우파 세력이 중국위협론을 들고나온 배경에 대해 기존의 '종북몰이'가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원래 극우 세력의 적대국은 북한으로, 북한의 추종 세력은 곧 종북 세력이고 종북 세력은 곧 반국가 세력이라는 논리를 펴 왔다"며 "그런데 북한이 지난해 갑자기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나오며 한국과 상종도 안 하고 통일도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180도 바꿔버리니 극우 세력들이 펴온 기존 논리가 먹히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왼쪽)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중 시위인 '멸공 페스티벌' 등과 관련해 중국 대사관이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낸 것과 관련 문 교수는 "계엄 이후 처음으로 주한 대사관을 통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이라며 "하나는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고 또 하나는 한국의 혐중 정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중국이 한국을 지지한다, 한국의 발전과 평화 그리고 지속적인 번영을 지지하고 이런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지지는 중국의 정치적이고 중요한 자산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관계가 틀어지거나 악화되는 것을 막아보려고 굉장히 신중하고 절제된 반응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접견한 것과 관련해서 문 교수는 "양국 간 합의됐던 시간인 20분을 두 배 넘겨 43분간 만났고, 좌석 배치도 나란히 해서 예우를 했다"며 "우 의장이 한한령, 한국과 중국 교류 문제도 이야기하는 등 중국 입장에서 듣기 껄끄러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시 주석이 아주 자세한 데이터를 들고 와서 준비해 온 듯이 8개의 질문에 하나하나 다 답변을 했는데,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미중 간 강하게 격돌하고 있는데 당장 급한 건 주변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라며 "주변국 중 중국에 제대로 된 손을 내밀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전략적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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