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폐지 3년]
주선사 등 끼어들어 중간착취 횡행
정부, 화물 중개 플랫폼 확대 등 검토

최근 5년간 화물운송 불법 다단계 적발 및 신고 건수가 단 6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2년 11월 24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의왕=서재훈 기자
최근 5년(2020~2024년)간 화물운송 시장 불법 다단계 신고 건수가 단 6건이었고, 이 중 2건만 인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감을 주는 화주(대기업 등)와 실제 물건을 나르는 차주(화물기사) 사이에서 주선사와 운송사가 끼어들어 '배차 수수료' 명목의 중간착취가 횡행하는데, 신고·단속시스템은 불능인 것이다.
11일 국토교통부가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20~2024년도 화물운송 불법 다단계 적발 및 신고'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고된 화물운송 불법 다단계는 단 6건에 불과했다. 부산항이 있는 부산시에서 4건, 울산시 1건, 세종시 1건이 신고됐다.
부산시에 접수된 4건 중 3건은 신고자료 미비로 불법 다단계를 판단하지 못해 '처분 불가' 판정이 나왔다. 다른 1건은 불법이 인정돼 벌금 400만 원이 부과됐다. 울산시에 접수된 1건은 위법 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고, 세종시 접수 건은 벌금 45만 원 처분이 내려졌다.
화물운송 시장 불법 다단계는 화물기사들의 수익을 감소시켜 과적과 과속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모든 화물운송 다단계 구조가 불법은 아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1조에 따르면 화주로부터 일감을 직접 받아온 운송사업자(운수사)는 연간 운송계약 화물의 50% 이상을 직접 운송해야 한다. 해당 범위를 넘어선 일감을 또 다른 운수사에 넘기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화물기사들은 화주에게 일감을 받아온 운수사가 일정 수수료를 떼낸 뒤 통째로 또 다른 운수사에 일감을 팔아치우는 일명 '똥떼기'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신고 자체가 쉽지 않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관계자는 "불법 다단계 착취를 신고해도 신고자가 다단계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 신고하기 어렵고, 화주나 운수사로부터 보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불법 다단계 적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불법 다단계 일감은 사업자들끼리 사적 계약으로 일감이 넘어오다 보니 정확한 증거가 뒷받침된 신고가 아니면 적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도 화물계약 구조를 입력하는 시스템은 구축됐지만 불법 다단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입장에선 기존 시장구조의 틀을 바꾸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검토하는 대안은 지자체별로 관리하는 화물차 관련 데이터를 통합한 '화물 운송 행정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를 객관화하고 화물중개 플랫폼을 확대해 화물운송 거래 자체를 시스템화하는 방안이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화물운송 시장에서 불법 다단계 착취구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핵심 병폐"라며 "그럼에도 이와 관련된 적발 및 신고 건수가 5년간 6건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 당국의 무관심 또는 현실 방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화물기사의 제보로만 신고가 가능한 현재의 시스템을 실시간 감시와 단속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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