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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철새도 안전한 비행 위해 조류 '관리'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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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철새도 안전한 비행 위해 조류 '관리'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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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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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내에서 발생하는 조류충돌 사고와 관련해 공항 추가 건설, 사고 방지 대책 등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미 농무부 플리커

공항 내에서 발생하는 조류충돌 사고와 관련해 공항 추가 건설, 사고 방지 대책 등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미 농무부 플리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1차적 원인으로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 제2공항을 비롯해 국내에 추가로 건설이 예정된 공항에 대해서도 의문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조류충돌 예방을 비롯한 항공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조류 퇴치’라는 발상부터 전환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도민회의)는 민주노총 제주본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건설 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같은 날, 제주항공청이 ‘제주 제2공항 기본설계용역’을 공고한 까닭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설계용역과 동시에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조류 충돌 위험성 및 법정보호종 문제, 조류 서식지 보전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도민회의는 2023년 진행된 제주 제2공항 전략영향평가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의 검토의견을 들며 “제주 제2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성은 제주공항의 최대 8.3배인데, 이런 의견을 무시하면서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KEI 이외에도 환경부 산하 전문기관인 국립생태원도 제주 제2공항 계획에 대해 "야생 조류 서식지 훼손에 대한 저감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제주 제2공항 예상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주 제2공항 예상 조감도. 국토교통부

이들은 국토부가 조류충돌 위험성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도민회의가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는 지점은 ‘조류유인시설’입니다. 조류유인시설이란, 양돈장, 과수원, 식품 가공 공장 등 새들이 먹이를 찾아 모이기 쉬운 시설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조류유인시설 중 하나인 양식장 조사 대상을 축소해 조사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도민회의는 “국토부가 조사했다는 양식장은 해상 양식장 뿐이고, 범위 내에 있는 육상 양식장 78곳은 ‘어업시설’로만 기술하고 있다”며 육상 양식장이 조류 유인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향후 공항 건설 추진 여부도 확실치 않아 보입니다.

제주 제2공항 이외에도 부산 가덕도, 대구∙경북, 경북 울릉도, 전북 새만금, 전남 흑산도, 충남 서산, 인천 백령도 등 전국 8개 지역에 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조류충돌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입니다. 특히 현재 충남 서천군, 전북 고창군, 전남 신안군, 보성군, 순천시 등 한국의 서남해안 일대 갯벌은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순천만 갯벌을 찾은 흑두루미의 모습. 이외에도 수많은 철새들이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을 찾고, 이 점이 세계유산으로 보전할 가치가 인정되었다. 순천만습지

겨울을 나기 위해 순천만 갯벌을 찾은 흑두루미의 모습. 이외에도 수많은 철새들이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을 찾고, 이 점이 세계유산으로 보전할 가치가 인정되었다. 순천만습지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중요 기착지로서의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

이처럼 공항 내 조류충돌 문제는 이제 안전한 항공기 운항뿐 아니라 생태적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합니다. 이에 항공 전문가들은 조류 탐지 레이더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합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조류 탐지 레이더가 있으면 조종사들이 미리 복행을 하거나 회피 운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의견은 국토부의 국회 현안보고에도 포함됐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특위)에서 모든 공항에서 조류탐지 레이더와 열화상 카메라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장비 도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류충돌 사고가 예년에 비해 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생태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발생한 조류충돌 사고는 41건이었습니다. 이는 2023년 발생한 22건 대비 19건 증가했습니다. 10년 전인 2014년(11건)에 비하면 3배가 넘게 증가한 수준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5년 사이 2터미널 개항, 하늘도시, 리조트 개발 등으로 철새 서식지가 감소했다. 동그람이 정진욱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5년 사이 2터미널 개항, 하늘도시, 리조트 개발 등으로 철새 서식지가 감소했다. 동그람이 정진욱

이처럼 조류충돌 사고가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공항 인근 지역 개발이 언급됩니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은 최근 5년 사이 제2터미널 영종하늘도시를 비롯해 공항 근처 리조트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갯벌과 녹지가 감소했습니다. 서식지를 잃은 철새들이 찾아갈 곳은 결국 공항뿐이라는 뜻이죠.


새들은 자신이 둥지를 텄던 장소들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서식지가 사라지고 나면 그런다고 다른 먼 곳으로 가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원래 지냈던 서식지 근처를 찾아보게 되죠. 그런데 낯설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주변을 더 많이 떠돌게 되고, 그만큼 공항 입장에서는 사고 위험이 증가할 요인이 되는 겁니다.

이후승, KEI 연구위원

그렇다면 공항에 늘어나는 조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위원은 "‘조류 퇴치’라는 용어는 한국에서만 쓰이고 있다"며 이 말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 공항에서 조류 관련 대응은 총포를 쏘거나 레이저를 발사해 새를 쫓아내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들은 더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결국 ‘퇴치’라는 개념에서 ‘관리’(Management)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영국의 공항 야생동물 생태학자 앨런 마렌기(Alan Marenghi) 씨가 미 공군을 대상으로 훈련된 매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맹금류를 통해 야생 조류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등 생태적인 안전 대책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Defense Visual Information Distribution Service

영국의 공항 야생동물 생태학자 앨런 마렌기(Alan Marenghi) 씨가 미 공군을 대상으로 훈련된 매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맹금류를 통해 야생 조류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등 생태적인 안전 대책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Defense Visual Information Distribution Service


외국에서는 야생 조류들이 나타나면 훈련된 매를 내보내 항공기 운항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합니다. 맹금류를 피해가는 철새의 생태적 습성을 연구하면서 도출해낸 방법입니다. 이미 국제적으로는 '조류'(Birds)가 아니라 '야생동물'(Wildlife) 보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 캐나다 벤쿠버 공항 근처는 흰기러기의 월동지예요. 공항 근처에 서식지를 마련해주고, 공항에서 이 흰기러기를 살펴보는 조류 전문가들이 60여명 정도 근무를 합니다. 이처럼 공항 설계부터 운영까지 생태적인 부분들을 고려해야 사람의 안전도, 조류 보호도 가능할 겁니다.

이후승, KEI 연구위원

야생동물은 쫓아내고 싶다고 해서 사람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한국에서 야생 조류와 항공기에 탑승하는 사람 모두의 안전을 위한 정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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