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DEI 폐기' 드라이브 속
"관객들, 여성 이야기 보고 싶어 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위키드' 속 한 장면.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지난해 미국에서 흥행한 상위 100편의 영화 중 여성이 중심 인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영화가 처음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이 영화 산업에서의 성평등 실현에 유의미한 역할을 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애넌버그 포용정책 연구소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북미 개봉 영화 100대 흥행작 중에서 여성 단독 주연 또는 남녀 공동 주연 영화는 54편(54%)에 달했다. 2023년 30%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2007년 해당 연구가 시작된 이래, 이 수치가 5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박스오피스 1위인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를 비롯해 '모아나 2'와 '위키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등이 이런 흐름을 주도했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연구에서도 지난해 100대 흥행 영화 가운데 여성 주연 영화의 비율은 42%를 기록했다. 남성 주연 영화(42%)와 동률이었다. 미국 연예전문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이러한 연구 결과 2건을 들어 "할리우드 영화에서 성평등이 실질적으로 달성된 첫 번째 해"라고 평가했다.
USC 애넌버그 포용정책 연구소 창립자인 스테이시 스미스 교수는 "우리는 여성 주연 영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었다"며 "변화는 단순한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스튜디오, DEI 프로그램, 다양한 옹호 단체의 노력 덕분에 이뤄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성 주연 영화의 수익성이 갑자기 증가한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여성 주연 영화를 더 많이 제작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런 기록도 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소식은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DEI 정책 폐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PBS 같은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들도 이미 DEI 전담 부서를 폐쇄하거나 일부 DEI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 정부 기조 발맞추기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스미스 교수는 "관객들은 여성과 소수 인종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한다"며 "그럼에도 특정 집단의 예술과 스토리텔링이 종종 무시되거나 평가절하되기 때문에 DEI 프로그램은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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