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개 천체 물리 정보 확보 가능
우리은하 어디쯤 생명체 존재할까
2년 반 뒤 나올 적외선 지도로 파악

한국과 미국이 공동 개발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의 상상도. 나사(NASA) 제공
세계 최초로 전체 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이달 말 우주로 향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한국천문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스피어엑스는 우리은하 내 생명체 존재 환경을 파악하는 등 주요 우주연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우주항공청은 스피어엑스가 오는 28일 낮 12시(현지시간 27일 오후 7시)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스피어엑스는 지상에서는 관측이 어려운 적외선을 볼 수 있는 우주망원경으로, 전체 하늘을 102가지 색으로 관측해 약 10억 개 천체에 대한 물리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임스웹 같은 기존 우주망원경은 매우 좁은 영역을 깊고 자세하게 관측하는 반면, 스피어엑스는 매우 넓은 영역을 한 번에 탐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은 넓은 영역을 촬영하는 영상관측과 빛의 밝기를 파장별로 측정하는 분광관측을 결합한 ‘영상분광기술’이다.
전체 하늘에 대한 적외선 분광 탐사는 세계 첫 시도로, 스피어엑스가 1차 임무를 끝내는 2년 6개월 뒤에는 최초의 적외선 3차원 우주지도가 완성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들은 3대 핵심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우리은하 내에 얼음 상태로 존재하는 물과 이산화탄소의 분포를 확인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파악하고 △10억 개 이상의 은하 분포를 측정해 빅뱅 직후 우주 급팽창의 원인과 배경의 중요한 단서를 찾고 △기존에 볼 수 없던 어두운 은하의 빛의 총량을 측정해 은하 형성과 진화의 비밀을 풀어가는 임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미국 하버드대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학센터와 함께 우주 얼음 연구를 담당하는 이정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기존 우주망원경이 확보한 수백 개 정도의 샘플 스펙트럼으로는 전체 우주 환경을 그리기 어려웠지만, 스피어엑스는 우주 전체에서 1,000만 개의 샘플 스펙트럼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외계 생명체 발현 환경 탐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어엑스는 2019년부터 시작된 2,800억 원 규모의 중형 탐사 프로젝트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주관하에 우주청 산하 천문연과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 등 12개 기관이 참여했다. 천문연은 독자 개발한 근적외선 우주망원경 기술을 인정받아 유일하게 국제협력 기관으로 참여했다. 개발 과정에서 천문연은 영하 220도의 우주 환경을 구현하는 극저온 진공체임버를 개발해 우주망원경의 광학 및 분광 성능 테스트를 주도했고, 관측 자료를 처리할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협력했다.
천문연은 스피어엑스가 만든 자료를 분석하는 과학 연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스피어엑스 연구책임자인 정웅섭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여러 과학자들과 교류하면서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며 “스피어엑스를 통해 얻는 우주 데이터로 독자적인 천문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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