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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보는 것은 무엇일까”… 김숨의 ‘무지개 눈’은 여기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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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보는 것은 무엇일까”… 김숨의 ‘무지개 눈’은 여기서 시작됐다

입력
2025.02.13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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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이야기 담은 소설집 낸 김숨
전맹·저시력·중복장애 등 개인의 삶 그려
김숨 "나를 반하게 하는 이들에 대해 쓴다"

김숨 소설가가 12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새 연작소설집 '무지개 눈'을 들어보이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김숨 소설가가 12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새 연작소설집 '무지개 눈'을 들어보이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소설가 김숨의 글에서는 ‘숨소리’가 들린다. 귀를 기울여야만 들릴 정도로 희미하나 절대 끊기지않는 생의 근원과도 같은 소리. 우리의 범주 바깥에 있기에 무심히 지나쳐온 소리를 소설로 써온 그가 시각장애인 다섯 명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집 '무지개 눈'을 최근 펴냈다.

12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만난 김 작가는 “어느 날 문득 시각장애인이 보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고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말했다. 이어 “흔히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고 여기지만 그분들이 보는 것이 있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작가가 된 이후로도 복지관에서 일했던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물음이었다.

"똑같은 시각장애는 없다"

무지개 눈·김숨 지음·민음사 발행·236쪽·1만7,000원

무지개 눈·김숨 지음·민음사 발행·236쪽·1만7,000원

소설집에는 두 아이의 엄마와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영어 교사, 선천성 전맹이자 지체장애인인 20대 여성, 안마사, 또 안구 진탕증과 선천성 저시력을 가진 청년 등 5명의 이야기를 담은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각각 김 작가가 인터뷰한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다. 모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의 '보이는' 삶의 형태는 다 다르다. 김 작가는 “맹학교에서 일하는 이진석 선생님을 만나 시각장애에 관한 이해가 생겼다”라면서 “시각장애인’들’이라고 부르지만, 똑같은 시각장애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사랑을 하고 싶다. 이들은 일하고 나이 드는 자신의 일상을 시처럼, 때로는 노래처럼, 또 희곡의 대사처럼 읊는다. 김 작가는 “인터뷰를 하면서 녹음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글로 쓴다”며 “들려주는 이야기 중 내가 잡고 싶은 이야기를 잡아서 완전히 다른 문장으로 쓰는 방식의 글쓰기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엉킨 색색의 실들 속에서 실 한 가닥을 잡아당기듯 소리 하나를 골라” 내는 표제작 ‘무지개 눈’ 속 시각장애인의 길 찾기와 꼭 닮은 방식의 글쓰기다.

"인간에 대한 예의 잊지 않으려 노력"

김숨 소설가가 12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연작소설집 '무지개 눈'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김숨 소설가가 12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연작소설집 '무지개 눈'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기찬 인턴기자

김 작가는 그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조선소 노동자, 강제 이주 고려인 등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존재를 꾸준히 소설로 세상에 다시 선보였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에게 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지개 눈’을 준비하면서 만난 다섯 명의 시각장애인도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면들을 갖고 있었다”는 김 작가다. 사랑하게 된 대상이기에 더 알고 싶고, 또 조심스럽게 다룰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약자와 피해자를 주로 다룬 그의 소설에 따라붙는 ‘윤리적 가능성’이라는 표현에 관해서도 김 작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다”라면서 “다만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라고 전했다. 누군가의 삶을 글로 옮기며 “이 이야기를 넣으면 소설이 더 흥미로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인터뷰 대상의) 아름다움을 훼손한다는 판단이 들면 쓰지 않는다”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김 작가는 한번 시선이 머물렀던 인물에 관해 거듭, 또 꾸준히 쓴다. 장편소설 ‘철’ 이후 13년 만에 다시 조선소 이야기인 ‘제비심장’(2021)을 내놓았고, 위안부 피해자에 관해서도 소설뿐 아니라 증언집을 두 권 발표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조선인 학살을 다룬 ‘오키나와 스파이’(2024)에 이은 연작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책을 냈다고 관심이 끝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확대된다”면서 “미처 내게 오지 않았던 이야기들,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또 쓰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내게 오는 이야기를 가능하면 다 쓰려고 해요. 그래서 그렇게 계속 쓰게 되는 것 아닐까요.”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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