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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중심으로 의료 인력 추계하면 의정갈등 또 터질 것" 환자단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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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중심으로 의료 인력 추계하면 의정갈등 또 터질 것" 환자단체 호소

입력
2025.02.15 04:30
4면
0 0

14일 국회 추계위 법제화 공청회
환자단체 "의사 과반 추계위 안 된다"
의사단체 "전문성 있는 의사 위주 구성"
추계위 설치, 자문기구화는 이견 안 커

"지난 1년간 검사와 수술, 항암 치료가 연기 또는 취소돼 병이 악화되거나 사망한 환자가 너무 많습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뉴스1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 출석해 진술하고 있다. 뉴스1

의대 증원 등을 두고 지난 1년간 지속된 의정갈등을 풀 해법으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가 거론되는 가운데 14일 이를 논의하는 첫 공청회가 열렸다. 환자와 의사, 보건 전문가 등은 추계위 구성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세부 쟁점을 두고 이견을 표출했다. 특히 정부와 의사 간 극한대립 탓에 피해를 봐온 환자들은 "추계위 구성을 객관성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ㅌ경실련, 보건의료산업노조, 한국노총, 한국환자단체연합회로 결정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도입과 관련해 의료 공급자·수요자·전문가 동수 참여, 추계위 의결권 배제, 2026년 감원 부칙 조항 삭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ㅌ경실련, 보건의료산업노조, 한국노총, 한국환자단체연합회로 결정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도입과 관련해 의료 공급자·수요자·전문가 동수 참여, 추계위 의결권 배제, 2026년 감원 부칙 조항 삭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단체 추천 전문가, 단체 입장 대변할 것"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 공청회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전문가와 학계 전문가, 환자 및 소비자단체 등에서 진술인 12명이 참석했다. 추계위는 향후 보건의료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권고하거나 결정하는 기구다.

가장 큰 쟁점은 추계위원 중 의사 비율을 얼마나 둘 것인지 여부다. 환자와 소비자단체는 보건의료단체가 추천한 인물이 과반을 차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정성이나 객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겨 의정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대표는 "보건의료 단체는 (의사 등) 인력 증원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높아 이들이 추천한 전문가는 공익적 관점보다는 추천 단체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대표도 "보건의료 공급자 측에서 추천하는 위원이 추계위나 직종별 분과위원회의 과반을 차지하는 일부 법안들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했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김민수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오른쪽)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김민수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오른쪽)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의사 측을 대표해 나온 진술인 다수는 추계위원 중 절반 이상을 의사단체 등이 추천한 인물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김민수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정책을 심도 있게 만들기 위해 전문가가 3분의 2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의사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장원모 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교수도 "(의료인력 수급 추계는) 보편적 사회 가치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기에 균형 잡힌 참여가 필요하다"며 "공급자(의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와 이용자(환자) 측을 동일한 수로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추계위에 의결권을 줄지를 두고도 의견차를 보였다. 안 대표는 "추계위가 의결권을 가져선 안 되며, 사회적합의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나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회에서 심의 결과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계위를 자문기구로 두고 최종 결정은 정부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보정심 산하에 두는 것은 절대 반대"라며 "독립성, 중립성, 투명성, 전문성 확보를 위해 비정부 법정단체나 법인 형태여야 하고 자체 의결권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 현장 버티기 어려워… 피해 상상 이상"

의정갈등을 풀 단초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환자나 의료진 모두 공감했다. 진료 현장을 지킨 의료진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인 까닭이다. 안 대표는 "암이나 희소·난치성 질환 환자, 응급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상상 이상의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허윤정 단국대 외상학과 교수는 공청회 전날 밤 발생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오토바이 사고로 다발성 손상을 입은 30대 남성이 저희 병원으로 이송돼왔다"며 "더 가까운 외상센터가 두 곳이나 더 있었지만 모두 인력 부족으로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추계위 설치 등을 담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이 2월 중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복지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통화에서 "복지부가 마련한 대안에,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필요하면 일부 반영해서 2월 중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계위 구성 등을 두고는 환자단체와 의사단체 등의 입장차가 커 법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다라 기자
이성택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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