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0% 급락하는데 단말기 고장
대응 못해 상사 욕설 들은 뒤 쓰러져
法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단말기 고장으로 제때 주식 거래를 하지 못한 증권사 직원이 상사의 폭언·욕설을 듣다 쓰러져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이주영)는 증권사 직원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증권사에서 주식 매매, 종목 추천 등 고객 응대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21년 5월 11일 오전 7시 40분쯤 출근해 개장 전부터 업무를 준비했다. 개장과 동시에, 이날 상장해 주식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B사 주가가 30% 이상 급락했고 A씨는 급히 매매 주문을 넣으려 했지만 주문용 단말기가 작동을 멈췄다. 대응이 늦는다는 이유로 상사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은 A씨는 '지금 주문 단말기가 뻑이 나고 다 난리'라는 답장을 보내고 몇 분 뒤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졌다.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증에 의한 심장 파열이었다.
A씨 유족은 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거절하자 법원에 이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사망 한 달 전쯤부터 공모주 청약이 여러 건 진행되면서 주식 주문건수가 10~20배 늘어나는 등 업무량이 폭증했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단말기 고장이나 상사의 폭언 등이 A씨에게 극도의 긴장과 불안·당혹감을 불러일으켰고, 예상치 못한 급격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그의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업무로 인한 과로, 급격한 스트레스가 고인의 지병인 변이형협심증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급성심근경색에 이르렀다"며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어떤 원인이 있으면 보통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인정되는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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