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 인터뷰
경제 관료·은행 수장으로서 경험 담아
신간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 펴내
"트럼프보다 '경제 체력' 약화가 더 문제"

11일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이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역임한 윤 전 행장은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하상윤 기자
"금융은 자금만이 아니라 위험을 중개하는 역할이 중요한데, 우리 은행들은 그 부분이 너무 약해요. 위험을 적극 심사하기보다 담보, 보증을 토대로 이자 장사에 몰두하고 있죠. 금융이 수익을 내는 과정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요?"
신간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를 펴낸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의 작심발언이다. 외형만 커버린 한국 금융에 대한 일방적 비판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안타까움이 담겼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역임한 그는 국내외에서 제도 수립과 집행, 금융시장까지 섭렵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다. 정부와 금융사, 시장 등 이해관계자들이 적당한 축소균형에 안주하고 있는 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출발한 책이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만난 윤 전 행장은 우리나라 금융의 현재를 답보 상태로 봤다. 이를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 '유인 구조' 설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금융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유망 기업을 키우는 데 적극 나서도록 정부가 그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환경을 조성하려면, 진입 제한을 추가로 완화하고 그 부작용을 관리할 수 있는 감독 역량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대출 금리를 낮춰라 혹은 올려라 같은 섣부른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합리한 이유로 메스를 자주 대는 것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감독당국의 행보를 꼬집었다.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규제·감독으로 시장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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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경제수석을 맡았던 윤 전 행장은, 최근 통상압력 상황과 관련 "쉽지 않지만 버틸 체력은 있다"고 진단했다. 또 "트럼프 정책의 상당 부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당장은 파고가 거세겠지만, 바람이 세찰 때 풀이 몸을 눕히듯 합리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전 행장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이 미국 내 물가 상승→구매력 감소→사회적 불만 고조 등 연쇄 반응을 일으켜 장기간 고집하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에 중장기적 관점의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미국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방산·조선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등 미국과 이익의 공통분모를 늘리는 게 우선"이라는 방안도 제시했다.
외려 점점 약해지는 '기초 체력'이 우리 경제에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은 물론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 없이는 1%대 성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도 우려했다. 그럼에도 "의료, 교육, 노동 등 여러 분야의 시급한 개혁 과제가 제자리를 뱅뱅 돌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개혁안 표류를 두고 윤 전 행장은 "소득대체율(받는 돈)이 43%냐 44%냐는 연금의 재정 건전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이 아닌데, 이를 고집하며 (여야가) 다투기만 한다"고 일갈했다.
다만 당장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전 행장은 어두워지는 경제 지표들을 짚으면서 "올해 예산은 긴축적이라고 평가됐던 지난해 예산보다 더 긴축적"이라며 "재정 확장 기조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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