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민주당은요" 주문에 빠진 국민의힘

입력
2025.03.14 18:00
18면
0 0

민주당 탓하며 "탄핵 각하" 외치는 여당
尹 부각할수록 '회고적 투표' 가능성 커
尹 결별 없는 보수 결집만으로 역부족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국민의힘 추경호(왼쪽부터), 김기현, 윤재옥 의원이 1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왼쪽부터), 김기현, 윤재옥 의원이 1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이지만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한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 다수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계엄 선포 ②정치·언론 자유 제한한 포고령 ③군을 동원한 국회 의결 방해 ④군을 동원한 선관위 압수수색 ⑤군경에 정치인 체포 지시 등에서 계엄의 위헌·위법성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윤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계엄 선포 1시간 만에 '위법·위헌적 계엄'이라 규정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탄핵 반대'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열거한 위헌·위법 요인들을 하나하나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살피겠다고 밝힌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를 제대로 논박하는 걸 보지 못했다. 극우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해 선관위를 집중 공격하고 있지만, 부정선거와 채용 비리는 별개 사안이다. 부정선거를 말하면서 그 결과로 얻은 대통령직과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지 않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국민의힘 의원 82명은 지난 12일 헌재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각하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설령 계엄이 헌법 또는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해도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독재 심각성을 고려해 기각 결정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헌재를 포함한 국민 다수가 위헌·위법적 계엄 여부를 따지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민주당은요" "이재명은요"를 주문처럼 외우는 꼴이다. 국민의힘이 이러한 궤변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 것은 윤 대통령과 극렬 지지층에게 포박돼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이후(11~13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다는 응답은 58%로, 탄핵 반대 응답(37%)을 크게 앞섰다. 중도층에선 탄핵 찬성 69%, 탄핵 반대 26%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가 보수층 기대와 달리 국민 다수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석방 이후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계엄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기 대선을 생각한다면 국민의힘이 극렬 지지층으로부터 박수만 받으려 해선 안 된다. 승패를 가르는 외연 확장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하책이기 때문이다. 단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선에선 '나라 미래를 누가 잘 이끌 것이냐'를 기준으로 한 전망적 투표가 나타난다. 그러나 지금처럼 탄핵 반대를 외치며 윤 대통령을 부각할수록 위헌적 권한 행사를 반성하지 않는 윤 대통령과 집권당을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윤 정부 실정에 대한 성찰 없이 '이재명·조국 책임론'만 외치다 참패했던 지난해 총선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꼴이다.

외연 확장을 위해선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결별하고 극렬 지지층의 과도한 입김을 차단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2017년 대선 결과를 근거로 헌재 선고 이후 결집만 하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시 당선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얻은 표(41%)보다 현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얻은 표(52%)의 합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준표(24%)만 탄핵 반대파였고, 안철수(21%)와 유승민(7%)은 탄핵을 찬성함으로써 합리적 보수 외에 중도층 표까지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셈법을 간과한 채 탄핵 반대를 끝까지 주장해 놓고 중도층 표까지 얻겠다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 뿐이다.

김회경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