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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든 정부 때 美 '민감국가 리스트'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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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든 정부 때 美 '민감국가 리스트' 포함됐다

입력
2025.03.15 10:25
수정
2025.03.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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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부 "1월 초 최하위 범주 추가"
"기존 협력에 새 제한 없어" 부인에도
향후 동맹 관계 등 영향 가능성 우려
'자체 핵무장 주장에 경고' 분석 나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에너지부 본청 전경. 지난달 18일 촬영된 사진이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에너지부 본청 전경. 지난달 18일 촬영된 사진이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원자력, 인공지능(AI) 등의 협력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 국가 리스트’에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막판인 올해 1월 한국을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고된 일정대로 다음 달 15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될 경우 양국 간 동맹 관계와 첨단 기술 협력이 예전과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정 배경이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추진’ 주장 등이 계기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반드시 적대 관계 뜻하진 않아"

미국 에너지부(DOE)는 14일 연합뉴스 질의에 대변인 명의 성명으로 올 1월 초 한국이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ires List·SCL)에 추가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로 미국 정권이 바뀌기 직전에 바이든 행정부가 사전 통보도 없이 한국을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류 리스트에 등재한 것이다.

다만 한국이 속한 범주는 최하위인 ‘기타 지정 국가’라는 게 DOE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의 기존 과학·기술 협력에 가해지는 새로운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가 한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DOE는 “SCL 목록은 광범위하다. 목록에 포함됐다는 게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많은 지정국은 우리가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 방지, (핵) 비확산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은 안보 위협 수준에 따라 SCL 범주를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OE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미국 당국이 현재 SCL에 집어넣어 관리 중인 나라는 북한과 이란, 중국, 러시아등 미국의 적성국으로 규정한 국가가 다수다. 그러나 인도, 이스라엘, 대만, 우크라이나 등 우방국도 포함돼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인 지난해 2월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앤드루스 합동기지=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인 지난해 2월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앤드루스 합동기지=AFP 연합뉴스


더 엄격한 사전 인증 절차 필요

그러나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SCL은 DOE 산하 기구인 정보방첩국(OICI)이 관리한다. 목록 포함 국가 출신 연구자가 에너지부 관련 시설 또는 산하 연구기관에 방문하거나 이들 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려면 부처의 엄격한 사전 인증이 필요하다. 협력에 제약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원자력, AI, 자원 등 분야에서 DOE와 공조하려 하는 한국 연구자들이 앞으로 불편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약속과 달리 제법 엄격한 제한이 부과될 수도 있다.

왜 바이든 행정부가 정권 교체기에 한국을 SCL에 올렸는지를 DOE가 언급하지는 않았다. 일단 한국 내 핵무장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고성이라는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과거 윤 대통령 발언(2023년 1월)이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했을 가능성은 작지 않다. 비등하는 한국 내 핵 보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부랴부랴 약속했을 정도로 북한은 물론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팀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DOE는 △국가 안보 △핵 비확산 위반 △테러 지원 등이 우려되는 국가를 SCL에 추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돌발 행동(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이 떠나는 바이든 행정부를 불안하게 만들었으리라는 추측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발효 막아라… 정부 물밑 협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다만 한국 재분류에 미국 행정부 차원의 판단이 개입됐는지는 불투명하다. SCL은 백악관 등의 간여 없이 DOE 자체 판단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무장론보다 한국 측의 무리한 첩보 수집 활동이 빌미가 됐을 수 있다는 의심도 불거지는 게 이런 배경에서다.

공식 발효 시점은 4월 15일로 예상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답변에서 비공식 경로로 관련 동향을 알게 됐고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본보에 “한국의 민감 국가 분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준비 유도와 의견 수렴 등 목적으로 산하 연구기관에 방안이 공유됐고, 이를 파악한 한국 외교 당국이 미국 측과의 물밑 수정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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