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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백송을 보호하라

입력
2025.03.17 17:30
수정
2025.03.17 18:28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재동 백송. 국가유산청 홈페이지

재동 백송. 국가유산청 홈페이지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엔 천연기념물 8호 백송(白松)이 있다. 줄기 껍질이 흰빛을 띤 희귀한 소나무다. 추정 수령은 600년이고 키는 15m.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정부가 백송 안전조치를 점검 중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때 수난을 당할 뻔했기 때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로 앞 철제 난간을 부쉈지만 다행히 백송은 건드리지 않았다. 백송은 지난해 11월 습설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지 5개가 부러져 담당자들의 애를 태웠다.

□ 백송 원산지는 중국. 조선시대 관리들이 권세 자랑을 하려고 들여다 집 마당에 심었다. 옮겨 심다 죽기 일쑤에 다른 나무들과 어울려 자라지 못하는 까탈스러움 때문에 별로 살아남지 못했다. 한국에 다섯 그루가 남았는데 전부 천연기념물이다. 재동 백송이 가장 크고, 나이가 많다. 1990년 돌풍에 쓰러져 죽기 전까진 서울 통의동 백송이 최고령 대접을 받았다. 노태우 정부가 국가적으로 불길한 징조라며 살리려 했지만 허사였다. 반전도 있었다. 통의동 백송 나이테를 확인해 보니 수령이 약 300년이었다.

□ 재동이란 이름은 1453년 계유정난에서 유래한다. 단종 왕위를 노리던 수양대군이 죽인 김종서 등 반대파의 피를 덮으려고 뿌린 ‘재’에서 나왔다. 600년 수령이 맞다면 재동 백송이 참상을 목격했을 것이다. 재동 백송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권력자가 되는 과정도 지켜봤다. 백송은 신정왕후 사가에 있었고, 이곳에서 신정왕후와 이하응이 나라 집어삼킬 계획을 세웠다. 이하응은 백송 껍질이 더 하얘지는 것을 보고 상서롭다며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 재동 백송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고도 살아남았다. 1988년 헌재가 재동에 들어선 이후엔 헌재 상징이 됐다. 정계선 헌법재판관이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취임하면 제일 먼저 백송 앞에서 정의와 공정을 준수할 것을 다짐하겠다"고 했을 정도다. 재동 백송은 밑둥에서 줄기가 둘로 갈라져 ‘V’자를 그린다.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대한민국이 두 쪽 난 지금, 백송은 누구의 승리(Victory)를 점치고 있을까.



최문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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