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로22, 국민청사 등 과반 득표 못해"
윤 대통령, 與 지도부에 "다 마음에 안 들어"
대통령실이 임시로 사용해온 '용산 대통령실'이란 명칭을 계속 사용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 집무실의 새 명칭을 짓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대국민 공모를 진행했음에도 빈손에 그친 셈이다. 최종 후보에 오른 5개의 명칭에 대한 선호도가 갈렸고, 기존 '청와대'라는 명칭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실은 당분간 새 명칭 대신 '용산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새이름위원회가 이날 최종 회의를 열었으나 "새 명칭을 권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용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사용해온 임시 이름이지만 당분간 계속 사용하게 됐다.
대통령실은 새 명칭을 짓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청와대이전태스크포스(TF)는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15일부터 대국민 공모로 명칭 후보작 3만 건을 접수받았다. 이후 각계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대통령실새이름위원회를 발족해 본격적인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이달 3일 △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 등 5개를 최종 후보로 추린 뒤 이에 대한 대국민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위원회는 그러나 5개 후보군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한 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국민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호응이 컸던 이태원로22의 득표율은 32.1%였고, 2위인 국민청사는 28.1%를 기록했다. 강 대변인은 "위원회는 한 번 이름을 정하면 오래 사용해야 하는 만큼 성급히 결정하기보다는 자연스레 합당한 명칭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각 명칭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감안한 결과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국민의집'은 '국민'을 '피플(People)'로 번역할 경우 '인민'으로 들릴 수 있고, 여당인 국민의힘과 비슷한 점이 지적됐다. '국민청사'는 '중국 국민당'을 연상시킨다는 지적, '민음청사'는 출판사 이름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누리'에 대해선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을 합친 것 같다" 등의 지적이, '이태원로22'는 "대통령실 이름으로 가벼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반영됐다고 한다.
최종 명칭 선정이 불발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공모한 이름이 다 마음에 안 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보에 오른 명칭들을 익숙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용산 대통령실은 이미 자연스러운 데다 '대통령 집무공간'이라는 기능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지 않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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