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검찰 수사로 측근 김용·정진상 구속
'유능한 대안 야당' 기치... 사법 리스크에 묻혀
'檢 수사 본격화'에 당차원 단일대오 균열 조짐
반사이익 없는 이재명·당 지지율도 리스크 방증
5일 취임 100일을 맞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유능한 대안 야당'을 전면에 내세우며 압도적 지지로 선출됐을 때와 180도 다른 분위기다. 그간 민생·경제 살리기 행보에 올인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반면, 당초 우려됐던 사법 리스크는 이 대표를 넘어 당 전반에 드리워진 탓이다. 통상 당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밝혔던 것과 달리, 이번엔 이를 생략하는 것도 이 대표의 위축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취임 후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에 흐트러진 당의 전열 정비에 주력했다. 또 '유능한 대안 야당'으로 변신하기 위해 당내에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를 만들면서 현장 행보를 강조했다.
이 대표가 4일 SNS를 통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연임된 한국계 하원의원 4명에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재고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사실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네 분의 당선을 축하하며 한미동맹의 발전에 힘을 모아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며 "무엇보다 IRA에 대한 우려가 합리적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설명드렸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7대 민생법안' 중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그나마 양곡관리법, 납품단가연동제 정도다. 이 대표가 발의했던 불법사채무효법은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당내에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이후 범국민 서명운동을 통해 국정조사를 관철해 냈고 대선 공통공약추진 기구 출범도 이끌었지만, 구체적인 활동 전인 만큼 성과로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다.
검찰 수사에 발목 잡힌 100일
반면 사법 리스크는 갈수록 이 대표를 옥죄고 있다. 검찰이 취임 4일 만에 그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를 통보했고, 배우자 김혜경씨에 대한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최근엔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으로 이 대표에 대한 기소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당내 불만은 누적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예상됐던 김 전 부원장과 정 실장에게 당직을 주고 이들이 당직을 맡기 전 행위에 대해 당 차원의 엄호에 나선 것을 두고 비이재명계에서는 '방탄·사당화 논란'이 제기됐다. 두 사람은 결국 당직에 사의를 밝혔으나, 김 전 부원장의 사표가 수리된 것과 달리 정 실장의 사표는 아직까지 수리되지 않고 있다. 최근 비명계에서 "사당화 현상이 걱정된다", "결단할 때가 오고 있다" 등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을 두고 당내 '단일대오'에 대한 균열 조짐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KBS 라디오에서 '분당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지율 반사이익 못 얻는 야당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민주당 지지율도 '30%대 초중반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한때 20%대 중반까지 주저앉았지만,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지난 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3%를 기록해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직전 조사(9월 1주 27%)와 비교할 때 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검찰발 야당탄압'으로 규정하며 정면대응 기조를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이 대표의 취임 100일 메시지에서도 이제까지의 대응과 유사한 언급이 예상된다. 다만 회견이 아닌 최고위원회의 발언이나 SNS를 통한 발신을 택한 배경에는 결국 사법 리스크가 있다는 해석이 많다. 검찰 수사에 대한 질문이 이어질 경우 이 대표가 강조하려는 '민생 우선' 메시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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