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라스트 댄스... 메시, 36년 전 마라도나처럼 어깨 올라 포효
“내가 평생 원했던 트로피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많은 고통이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
본인은 물론, 전 세계 축구팬들도 현존 최고 선수의 '화룡점정'을 간절히 원했다. 리오넬 메시(35ㆍ파리 생제르맹)가 마침내 월드컵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아르헨티나는 19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프랑스와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3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가 뛰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의 우승이자 메시의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최우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과 득점 2위(7골) 실버부트도 주어졌지만 메시에게 우승 트로피보다 값진 것은 없다.
메시는 최근 15년가량 세계 축구를 지배해 온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메시의 이력과 그동안 받아 든 트로피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최고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무려 7차례나 받았고 FC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는 동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0회, 프랑스 리그1 1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회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으로는 첫 메이저대회인 코파 아메리카에서 지난해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월드컵에서만은 어깨를 펼 수 없는 처지였다. 메시는 2006년 독일 대회부터 월드컵에 출전해왔으나 이전까진 2014 브라질 대회에서 결승에 올라 준우승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기량만큼은 마라도나나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 등과 더불어 '역대급 선수'로 평가받았으나 월드컵 우승이 없던 게 옥에 티였다.
이번 카타르 대회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메시에게 조국의 월드컵 우승을 직접 이끌고 이런 평가를 불식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다. 아르헨티나 동료들과 팬들도 이번 대회의 초점을 온통 ‘메시의 우승’에 맞췄다.
자신을 위해 갖춰진 무대에서 메시는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체력까지 쏟아 부으며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당대 최고 선수 논쟁)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메시는 이날 출전과 득점으로 월드컵 역사에 남을 수많은 개인 기록도 작성했다. 우선 5번의 월드컵에서 26경기에 출전해 독일의 로타어 마테우스를 제치고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 또 조별리그부터 16강전, 8강전, 준결승, 결승까지 모든 단계에서 득점을 올리는 진기록도 세웠다. 월드컵 통산 13골(8도움)을 넣어 바티스투타(10골)를 넘어 아르헨티나 선수 통산 최다 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통산 공격포인트(21개)도 최고 기록이다. 또 2014 브라질 대회와 이번 대회 골든볼을 받으면서 1982년 골든볼 제도가 생긴 이후 최초로 2회 수상자가 됐다.
메시는 마라도나가 36년 전 우승 당시 월드컵 트로피를 든 채 동료 어깨에 올라 포효했던 포즈를 따라하면서 자신의 우상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메시는 주장으로 트로피를 받아 아르헨티나의 정상 등극을 가장 먼저 알렸고, 이후 세르히오 아게로(은퇴)의 어깨를 타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마라도나의 한 팔을 드는 포즈를 그대로 재현,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을 만끽했다.
월드컵을 품에 안은 메시는 “이 컵을 보라, 아름답다. 내가 평생 원했던 트로피다”라며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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