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별 특파원, 대지진 현장에 가다 <1신>
지진 진원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
6일 새벽(현지시간) 평화롭게 잠들어 있던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민들의 목숨과 행복을 앗아간 규모 7.8 강진 진원지인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 카라만마라슈. 8일 밤 현지에 도착한 한국일보는 인근에서 가장 큰 병원인 네치프파질병원부터 찾았다. 병원 풍경은 그 자체로 '건물 안에 펼쳐진 지옥'이었다.
초록 천 덮여 쌓여가는 시신들... 퍼렇게 식은 발
강한 여진이 계속되는데 병원이라고 안전할 리는 없었다. 병원은 10개층 건물이었지만 붕괴 우려 때문에 1층만 사용하고 있었다. 비좁은 1층 공간을 병원이라고 불러도 될지 혼란스러웠다. 시신, 부상자, 의료진과 의약품, 의료장비, 구호물품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영하의 기온에도 병원 문은 전부 열린 채였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시시각각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닫아둘 틈이 없다고 했다. 병원 안 기온은 영하 1, 2도였지만, 의료진과 구조대는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연신 땀을 흘렸다.
병원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초록색과 파란색 천으로 덮인 무언가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한 사망자들이었다. 방수 처리 때문인 듯 반짝거리는 천이 시신을 한 구씩 고이 감싸고 있었지만, 바깥으로 빠져나온 시퍼런 발은 이미 생명의 흔적이 사라진 상태라는 걸 가리켰다.
한 병원 관계자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시신을 둘 공간이 없다. 그래도 함부로 방치할 순 없다. 병상 침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시신만 보관하는 구역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의사도, 간호사도 턱없이 모자랐다. 손길을 보태기 위해 이스탄불에서 급히 왔다는 의사 에쉬는 "정확히 셀 겨를조차 없었지만 오늘 하루에 들어온 시신만 600구 정도"라고 했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인 부상자(500명 안팎) 수보다 많은 숫자였다. 시신의 신원이 파악돼 장례식장으로 보내진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는 최소한의 존엄도 기대할 수 없다. 튀르키예 내무부 산하 재난관리국은 "시신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도 발견 5일 이내 매장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절박하게 애써 보지만
병원 경비는 유난히 삼엄했다. 경찰관도 배치돼 있었다. "죽음 직전까지 갔었던 트라우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충격에 휩싸인 사람들의 위험 행동을 우려해서"라고 했다. 기자는 병원에서 임시 취재 허가를 받았지만, 이내 나와야 했다.
병원을 빠져나오는 동안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실려 들어가는 남성과 마주쳤다. 그는 바퀴 달린 침대에 누운 채였다. 침대 옆에 달린 혈압계는 '최저 혈압 30'을 가리켰다. 눈엔 초점이 없었다. 그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그 순간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