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군민 2,000여 명 구호물품 모집
27일 주한튀르키예 대사관 전달
포장부터 배달까지 군민들 직접 참여
칠곡서 케밥집 운영 튀르키예인 피해도 영향
"1950년 대한민국, 2023년 튀르키예...형제이기에 함께 합니다."
경북 칠곡군 주민들이 구호물품 5톤을 역대 최악의 지진 피해를 겪고 있는 튀르키예에 보낸다.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다부동 전투가 치러진 호국도시 칠곡은 참전국 튀르키예의 피해 소식에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구호품을 모았다.
26일 칠곡군에 따르면 칠곡 군민들은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보온병과 양말, 목도리, 핫팩, 겨울용 의류, 생리대, 기저귀 등 지진 구호물품을 모아 27일 주한튀르키예 대사관에 전달한다.
군민들은 지방자치단체나 구호기관 도움 없이 직접 물품 포장부터 인천공항 배송까지 자체적으로 구호 사업을 진행했다. 구호 물품은 초등학생부터 백발 어르신까지 칠곡군민 2,000여 명이 참여했다.
구호 사업은 6·25전쟁 당시 가장 격렬했던 다부동 전투가 벌어진 칠곡군 가산면 주민들이 처음으로 제안했고, 군내 모든 읍면이 동참하면서 이뤄졌다. 칠곡군종합자원봉사센터가 주한튀르키예 대사관 접촉 등 행정 지원을 맡았다. 인천공항까지 배송도 5톤 트럭을 모는 주민의 무료 봉사로 이뤄졌다. 군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에 칠곡군청 관계자들도 980만 원을 모아 적십자를 통해 튀르키예에 전달했다.
군민 전체가 흔쾌히 구호 사업에 동참한 것은 6·25전쟁 참전국 튀르키예에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칠곡군 왜관읍 왜관시장에서 '스타케밥'을 운영하는 튀르키예 출신 하칸(46)과 무스타파(55)의 피해 소식도 영향을 미쳤다.
하칸과 무스타파는 지진피해가 가장 컸던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 출신이다. 두 사람의 친인척과 친구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숨지거나 다쳤고, 살고 있던 집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다행히 아내와 자녀들은 생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여진이 이어져 이들은 매일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인 하칸은 "지진으로 고향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며 "살아남은 가족들은 매일 지진의 공포와 추위로 떨고 있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무스타파는 지난 24일 칠곡군민과 함께 고향에 보낼 구호 물품을 포장하고 차량에 옮기는 일을 거들었다. 무스타파는 "가족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를 도와준 칠곡군민께 감사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들 가게를 찾아 위로를 건넨 김재욱 칠곡군수는 "1950년 6·25전쟁의 아픔과 도움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보답하는 군민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결초보은'의 마음이 튀르키예 국민의 지진피해 극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6·25 전쟁 당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만4,936명의 전투병을 파병해 721명이 전사하고 2,147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산 유엔묘지에도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62명이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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