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미워도 식구… 수박이라 하지 말자" 화합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불거진 당 내홍 과정에서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강성지지층의 내부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은 개딸과 헤어질 결심에서 출발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자 친이재명(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박 의원의 주장을 "당원들의 마음과 자존심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박용진 "개딸들, 단일대오 좋다면 국힘으로 가라"
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팀을 망치고 축구를 망치는 훌리건처럼 정치훌리건과 악성팬덤은 정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박살낸다"며 "민주당의 총단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내부를 공격하고 분열을 선동하는 개딸이고 정치훌리건"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개딸 여러분들께서 그렇게 '단일대오'가 좋다면 '윤심' 깃발이 나부끼는 국민의힘으로 가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17일 경남 양산 자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또 화합하고 이런 모습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변화와 결단이 '개딸과 헤어질 결심'이라고 봤다. 박 의원은 "증오와 혐오의 언어가 난무하는 당의 현실은 달라져야 한다"며 "이 대표가 당을 분열시키는 이들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의원이 개딸 등 강성지지층을 강도 높게 비판한 이유는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지층의 '수박(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의미) 색출' 행태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일부 지지자들은 24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비명계 이원욱 의원의 지역사무소 앞으로 몰려가 탈당 및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대표가 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수박'들의 분탕질이 극심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이제 개딸들에 대한 분노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온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남국 "개딸은 누구이며, 어떻게 헤어질 건가"
친명계는 '개딸과의 결별' 주장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 김남국 의원은 2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허구적 주장이고, 정치적 공격"이라고 받아쳤다. 김 의원은 "개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범위를 특정하기가 어렵고, 기자회견을 해서 '너희들과 절교야' 이렇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적극 지지층이 논리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표현을 하면 그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두둔했다.
김 의원은 또 개딸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그는 "개딸은 보수 언론에서 민주당 지지층을 통칭해 폄훼하는 용도로 쓰고 있는데, 그것을 자꾸만 인정하면 당의 많은 지지층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당원들의 마음과 자존심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강성지지층이 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계 블랙리스트'를 두고 음모론을 펼쳤다. 지난달 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당내 무더기 이탈표가 확인되자, 일부 강성지지층은 비명계 의원들을 열거한 '수박 7적' 포스터 등을 온라인에서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수박 7적' 포스터는 과거 보수 커뮤니티에서 만들었던 포맷 그대로 만들어져서 과연 이게 민주당 지지자가 만들었는지 의심이 되는 상황"이라며 "당에서 법률 검토를 거쳐서 고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이재명 "개딸 단어 오염… 바꿀까 싶다"
이 대표는 거듭 당의 화합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서 전날 이원욱 의원의 지역 사무실 앞 집회를 언급하며 "설마 진짜 우리 지지자들일까, 민주당원들일까 의심이 든다"면서 "민주당원이라면, 이재명의 지지자라면 즉시 중단하고 그 힘으로 역사부정 반민생 세력과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또 "'악마화'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까지 사용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집회 주최 측은 행사를 공지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의 사진을 부정적으로 조작해 유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울산에서 당원 및 지지자들과 만나는 '국민보고회'를 열고 "우리 안의 차이가 있어도 이겨내야 할 상대와의 차이만큼 크진 않다. 미워도 식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박' 이러지 말자"라고도 했다.
현장에서 한 지지자가 "개딸이라는 표현이 악마화됐다"고 우려하자, 이 대표는 "(영화) 1987에 나오는 개구진, 그러나 정말 사랑스러운 딸의 의미로 썼던 단어인데, 혐오 단어로 슬슬 바뀌는 중"이라며 "너무 많이 오염돼서 바꿀까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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