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 살인에 구조한 것처럼 위장"
반성 없고 피해 회복 안 된 점도 참작
남편 보험 만료 4시간 앞두고 계곡 살인
유족 "다시는 가슴 아픈 일 없었으면"
사망보험금을 타내려고 남편을 계곡에서 뛰어내려 숨지게 한 이은해(32)가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간접 살인이라도 범행 전후 정황과 동기를 고려하면 직접 살인만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 원종찬)는 26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공범 조현수(31)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보험 만료 4시간 앞두고 살해... 1심서 중형
이은해와 조현수는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은해의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뛰어내리게 한 뒤 구호 조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같은 해 2월 독이 든 복어로 매운탕을 요리해 윤씨에게 먹이고, 5월에는 물에 빠뜨리는 수법으로 윤씨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들이 더는 착취할 수 없을 만큼 윤씨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하자, 윤씨의 사망보험금 8억 원을 타내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봤다. 윤씨가 사망한 시점은 보험계약 만료를 불과 4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윤씨가 스스로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계곡으로 뛰어내렸을 뿐만 아니라 구호 조처를 다했는데도 사망했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①독이 든 복어로 매운탕을 끓여 먹인 적이 없고 ②윤씨가 혼자 넘어져 물에 빠졌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1심은 지난해 10월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조현수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윤씨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해서 살인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은해가 안전하게 다이빙하는 장면을 봤고, 수영을 잘하는 조현수가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뛰어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두 사람이 윤씨를 의도적으로 살해한 뒤 구조 조처를 하지 않은 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들은 처음부터 윤씨 사망을 계획했고 구호 조처를 한 것처럼 사고사로 위장했기 때문에 비난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질책했다. 직접 살인과 다를 바 없어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들은 범행 직후부터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공유해 적극적으로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살인미수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2심도 "가스라이팅 살인 아니지만 무기징역"
두 사람은 항소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주장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도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 혐의에 대해선 "이은해와 윤씨가 심리적 주종관계를 형성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형량을 낮추지는 않았다. 살인은 용납되지 않는 중대범죄로서, 두 사람이 양심의 가책 없이 보험금 8억 원을 청구하고 유족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살인미수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한 이은해와 조현수의 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 측은 "선량한 서민들이 특정 범죄자들에게 자꾸 피해를 받는 가슴 아픈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판결을 환영했다. 윤씨의 매형은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이 인정되지 않은 건 아쉽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1심과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어서 유족들이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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