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민의힘·해수부·수협과 급식업체 간담회
급식업체 "위탁업체라 메뉴 결정권 없어"
국내 단체급식업계가 식단에서 수산물 활용을 늘려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난감해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내 어업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인데 급식업계는 "메뉴 결정권은 고객사가 쥐고 있다"며 기업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8일 급식업계에 따르면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와 해양수산부, 수협중앙회가 삼성웰스토리·아워홈·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등 업계 '빅5'와 만나 국내 수산물 활용 방안을 논의한다.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 바다와 가까운 국내산 수산물 먹기를 꺼려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어업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식재료 문제로 급식업체 사람들을 불러 해결책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급식업체가 간담회 참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할 수 있는 얘기는 많지 않아 걱정스럽다는 분위기다. 이들은 하나같이 "급식업체 식단은 고객사와 계약을 바탕으로 짜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미 계약한 단가에 맞춰 급식이 제공되는데 수산물을 늘리면 육류 등을 줄여야 하므로 이 역시 고객사와 조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A 급식업체 관계자는 "국내 어업인을 돕는 차원에서 수산물을 늘린 식단을 제안하는 것 정도가 최선"이라며 "하지만 최근 오염수 방류 때문에 수산물이 안전한지를 두고 걱정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객사에 수산물을 늘리는 식단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급식 메뉴를 제시했을 때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B 급식업체 관계자는 "육류는 대량의 재료를 볶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생선은 직화 구이가 맛이 좋은데 대량 조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체급식에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 조리 시설의 한계로 급식에서는 수산물 선호도 자체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HD현대처럼... "결국 대기업이 나서야"
이런 이유로 급식업체들은 HD현대가 임직원 급식에 수산물 사용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기업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는 22일 수협중앙회와 '어업인 지원 및 어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연말까지 우럭·전복 등의 소비량을 100여 톤(t)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HD현대 사내 식당에 급식을 담당하는 현대그린푸드가 우럭탕수, 프랑스식 생선찜인 우럭 파피요트 등 메뉴를 늘리고 전복도 반찬으로 낸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HD현대와 수협의 요청을 먼저 받았고 우리의 레시피로 전복·우럭을 활용한 메뉴를 낼 예정"이라며 "급식에 반영될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C 급식업체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에 부른 급식업체 빅5가 대부분 대기업이 뿌리"라며 "결국 대기업이 나서서 수산물 사용을 늘리는 데 도와달라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